'엔저'에 자국산 부품쓰는 日완성차, 국내 車부품 '타격'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5.05.03 09:00

혼다·닛산 수입부품 줄이고 일본산 비중확대...車부품 대일수출 감소 "국내완성차도 영향"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엔저(엔화약세) 효과' 덕에 내수 모델의 수입부품 적용을 줄이고 자국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일 수출이 줄어들고 일본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로 국내 차 산업이 '엔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부품업계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등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 2월 출시한 미니밴 '제이드'의 일본산 부품 비중을 65%(개발 초기)에서 80%(양산 단계)로 확대했다. 닛산도 내년 출시를 앞둔 신형 미니밴 '세레나'의 자국 부품 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세레나 기존 모델엔 대부분 한국과 중국 수입부품이 적용됐다. 그러던 것을 신형 모델의 일본산 비율을 20~30%(차량 원가기준) 늘리고 앞으로도 내수 주력모델에 자국 부품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게 닛산의 구상이다.

일본 완성차들의 이런 움직임은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자국산 부품을 쓰는 게 원가 측면에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약화된 자국 중소 부품사들을 지원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 수입산 부품 비중을 늘려 왔다. 하지만 2012년 하반기부터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이런 추세가 장기화 되면서 일본산 부품을 다시 찾게 된 것이다.

국내 차 부품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수년 간 뼈를 깎는 품질 개선으로 개척한 대일 수출길이 '엔저' 탓에 막히게 된 탓이다. 엔화는 최근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900원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산 부품의 대일 수출 감소는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와 부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산 차 부품의 대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어든 7253만7000달러에 그쳤다.


반대로 일본산 차 부품 수입액은 8819만8000달러로 19.7% 급증했다. 1월(254만 달러)과 2월(533만3000달러) 2개월 연속 흑자였던 대일 차 부품 무역수지는 올 1분기 778만8000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 유력 부품사 관계자는 "장기 공급계약 덕에 단기적으론 대일 부품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엔화 가치 하락폭이 커지고 장기화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수출량이 많은 중소 부품사들의 타격이 크다.

엔저가 계속되면 일본 완성차들이 내수모델 외에 해외시장에서도 자국 부품 사용 비중을 높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완성차에도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본 자동차 산업 전반에 활기가 돌아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서다.

박재범 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엔저로 인한 일본 부품업체의 경쟁력 제고는 일본 완성차의 경쟁력으로 이어져 국내 완성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토요타는 엔저를 무기로 미국시장 판매량을 10.5% 늘렸다. 미국 자동차 산업수요 평균 증가율(5.6%)의 2배에 가까운 판매 증가율이다. 현대·기아차는 악전고투 끝에 6.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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