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엔도텍, 단타에 빠진 '개미들의 지옥'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5.05.01 07:00

식약처 발표 이틀전 '베팅'…기관·외국인은 대량 손절매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가 29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내츄럴엔도텍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내츄럴엔도텍이 '가짜 백수오'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 급등락을 이용해 단타를 즐기던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묶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 폭락기에 대량 손절매에 나선 기관, 외국인과 달리 머니게임을 즐기다 빠져나올 타이밍을 놓친 것이 패인이었다.

30일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매매내역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의 주가가 폭락하기 전까지 개인투자자들은 비교적 '이성적'인 매매행태를 보였다.

지난 3월 초부터 주가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지분을 매도해 차익실현에 나서기 시작했다. 3월 초 5만원대이던 주가는 12일 7만원을, 16일에는 8만원을 돌파했다. 이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은 607억원어치를 순매도 했고 이 물량은 외국인(441억원)과 기관(185억원)이 받아갔다.

이후 백수오 논란이 터지기 전날인 지난 21일까지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약 한달간 7만원~9만원대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주가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사고 오르면 파는 스마트한 플레이를 즐겼다. 이 기간(3월17일~4월21일)에는 개인투자자가 161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9억원, 49억원 순매도에 나섰다.

문제는 주가 폭락기에 대한 대응이었다.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던 주가가 지난 28일 반짝 오르면서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에 나섰다. 이튿날 발표되는 식약처의 결과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하루에만 내츄럴엔도텍 전체 발행주식수의 86.9%에 해당되는 1680만여주가 거래됐다. 최대주주 측이 자발적 보호예수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통 가능한 주식수(1403만여주)보다도 많은 물량이 거래됐다. 머니게임이 극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28일 개인이 474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사이를 틈타 기관은 368억원을 팔아치우고 손을 털었다. 연기금은 이날 242억원어치를 대량 순매도한 이후 최근 이틀간 거래량이 없다. 물려있던 물량을 모두 '떨이'한 것이다. 외국인도 다음날인 29일에 222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탈출에 성공했다.

심판의 날인 30일,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의 제품이 가짜 백수오였다고 밝히면서 머니게임은 종말을 맞이하게 됐다. 이날 개인은 뒤늦게 매도로 돌아서면서 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가 없어 하한가에 매도 잔량이 455만여주가 쌓인 채로 장을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25억원, 기관은 4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는데, 대차잔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공매도 후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한 숏커버링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중소형주 펀드 매니저는 "기관투자자들은 손절매에 대한 원칙이 분명한데 반해 개인투자자들은 마음이 흔들리기 쉽다"며 "투자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 섣불리 매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츄럴엔도텍은 주가 급등 이전에는 시가총액이 1조원도 안 되는 회사"라며 "이런 중소형주는 유동성 등의 문제로 포트폴리오에 대거 편입할 수도 없어 내츄럴엔도텍에 투자한 펀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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