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카카오톡의 수다가 책으로!

머니투데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2015.05.02 06:37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은 ‘상상하지 말라’(북스톤)에서 “딸은 학원이 끝나면 돌아와서 대충 저녁을 먹고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한손으로는 컴퓨터를 켜고 다른 한손으로는 아이패드에 있는 카카오톡을 연결한다. 컴퓨터에는 몇 개의 앱이 떠 있다. 하루는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왔으니 피곤할 것 같아서 ‘좀 쉬지 그러니?’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엉뚱하게도 ‘이게 쉬는 거야’라는 여섯 글자짜리 대답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밝히며 “여러 개의 화면을 보면서 수많은 친구들과 바쁘게 연락하고, 정신없이 정보를 보고 듣는 것이 ‘쉬는 것’”이라는 딸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지금 스마트폰 세대는 이게 일상이다. 그들은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셜미디어에 정신없이 글을 쓰고 있다.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는 ‘독서’라는 행위를 방해하는가? 독서를 인격수양의 의례로 중시하는 교양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독서의 양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독서를 단순히 서적이나 문자, 텍스트에 접촉하는 행위로 여기는 기술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요즘 젊은 세대는 날마다 방대한 양의 텍스트와 마주하고 있으니 ‘독서의 범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들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쓰기’도 병행한다. 산업혁명 이후 소수의 ‘쓰기’와 대량복제에 의한 다수의 ‘읽기’라는 흐름이 잠시 지속된 적이 있었지만 원래 ‘읽기’는 ‘쓰기’에 의해 담보되고, ‘쓰기’는 ‘읽기’에 의해 제대로 작동하는 법이다. 이렇게 읽기와 쓰기가 원래 지니고 있던 순환적 관계가 소셜미디어에 의해 재발견되고 있다.


이제 ‘쓰기’는 자기계발의 핵심이 되었다.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 또한 잡을 수 있다. 획기적인 기획서 한 장이면 인생이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스마트폰 문자나 트위터 문자라도 잘 써야 연애라도 제대로 해볼 수 있다. 급기야 이제 소셜미디어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모바일이 대중화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고 대중의 자기표현 욕구가 증대되다보니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을 이용해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토론하는 일을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북톡카톡’(나무발전소)은 출판평론가 김성신과 ‘웃기는 서평가’ 남정미가 카카오톡으로 주고 받은 대화를 모아 펴낸 책이다. 책을 갖고 실없는 수다를 떠는 것 같지만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잘 뽑아서 알려주고 있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은 “카카오톡으로 독서토론 하실래요?”라고 공개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 밴드로 함께 글을 쓰는 ‘글쓰기 놀이터’도 운영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출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급증할 것이다. 이렇게 소셜미디어는 대중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쓰기와 읽기와 토론을 일상화하는 공론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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