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새'…애완조 '윙컷' 꼭 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보라 기자 | 2015.04.29 14:28
앵무새/사진제공=이미지비트

사람들은 새를 기르기 위해 새의 날개깃을 자르고 때로 목줄을 채운다. 사람과 함께 사는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닐 권리는 없는 것일까.

동물을 좋아해 가까이 두고 즐기는 '애완'의 영역은 강아지, 고양이 등 포유류를 넘어 파충류, 조류 등으로까지 확장됐다. 그중 하나가 '애완조'다. 화려한 색깔의 깃털과 친화성을 겸비한 일부 새들은 '애완조류'로 키워진다.

땅을 걸어다니는 사람과 하늘을 나는 새와의 동거는 필연적으로 새의 희생을 요구한다. 사람이 사는 생활 방식에 맞추기 위해 새들은 날개의 깃털을 자르는 '윙컷(wing cut), '하네스(목줄)' 등을 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새들은 멀리 날지 못하게 되고 사람의 손이 닿는 범위 안에 있게 된다.

'윙컷'은 새의 날개 깃털 중 3~5장의 끝부분을 잘라 바람이 타는 깃털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깃털을 새의 몸통에 가깝게 자를수록 새의 비행능력은 떨어진다. 일부 애완조류 커뮤니티에서는 '윙컷'이라는 표현 대신 '윙 트리밍' 혹은 '윙 클리핑' 등으로 용어를 순화해 사용하기도 한다.

새의 활동성을 줄이는 정도에 따라 새의 깃털을 잘라야 하는 부위도 달라진다./사진제공=네이버 '든혜의 일상이야기' 블로그

애완조를 키우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윙컷'을 필수적인 코스로 여긴다. 한 애완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시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의 약 91%가 '윙컷'을 찬성했다. 애완조가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윙컷'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애완조의 안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앵무새를 키우고 있는 A씨는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새가 놀라 날아서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즉사하거나, 끓는 국이나 변기통에 빠져 익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윙컷'으로 새의 행동 반경을 줄이는 게 새의 안전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람들은 애완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윙컷'을 한다. 애완조를 키우는 B씨는 "베란다 창문을 열어뒀다가 새가 날아간 적이 있었다"며 "'윙컷'을 하지 않은 게 후회됐다"고 말했다. C씨 역시 "새와 함께 산책하던 중, 새가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날아가버렸다"며 "'윙컷'을 하지 않을 경우 바깥에서 새를 잃어버리기 쉽다"고 답했다.


하지만 '윙컷'은 애완조들에게 스트레스와 충격을 준다. '윙컷' 직후 활발하고 친화적 성격을 가졌던 애완조들은 의기소침해지고 졸기만 하는 등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애완조를 키우는 사람이 직접 애완조의 깃털을 자르거나, 애완조의 눈을 가리지 않거나 마취를 하지 않은 채 '윙컷'하면 애완조는 사람에게 극도의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의 손을 피하고 사람이 다가오면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윙컷'이 된 부위를 부리로 쪼아 피투성이로 만들며 자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윙컷'을 하지 않고 애완조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D씨는 "'윙컷'한 새들이 '윙컷'을 하지 않은 새를 바라보며 우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며 "물론 어느 정도 불안하긴 하지만 이제는 새에게 '윙컷'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윙컷'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노경수 조류전문 수의사(고려종합동물병원 원장)는 "애완조에게 '윙컷'이 통과의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 수의사는 "애완조가 실내에서 생활하면서 자꾸 부딪히는 등 생활에 불편함이 있거나 위험 요소가 보일 경우 또는 외출이 잦아 날아갈까봐 염려되는 경우 등 필요가 있을 때만 해주는 게 좋다"며 "'윙컷'은 위험을 예방하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 자해, 스트레스 유발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4. 4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