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류진 회장의 '죽기 전 꼭 마셔야 할 와인'

머니투데이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 2015.04.29 05:50

[명사들의 와인]<6>화이트 와인 '몽라셰'와 샴페인 '돔 페리뇽'

편집자주 |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명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 속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몽라셰 포도밭(배경)과 '몽라셰' 와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와인의 빈티지가 오래 될수록 와인의 역사와 함께 전통과 품격이 깊어지듯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기업의 CEO는 정통성을 고수하면서 기업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풍산의 류진 회장은 국내 방위산업을 리드하고 특히 차별화되고 특별한 소전(금액 등이 표시되지 않은 원형상태의 동전) 제품 생산으로 성공적인 신화를 창조하면서 세계 최대의 소전 생산업체로 동전 왕국을 이루고 있다.

풍산은 1968년 창립 이래 미래 산업의 기본이 되는 첨단 기초소재를 통해 풍요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47여 년 동안 국가 방위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었고 자주국방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1973년 방위산업의 대부인 창업자 고 류찬우 회장은 최초로 국내 민간기업이 방위산업에 진출하여 동과 동합금을 소재로 소총탄에서 포탄까지 각종 탄약을 생산하며 역사를 만들었다.

소전은 기원전 6000년경부터 사용돼 왔으며, 풍산은 지난 1970년 4월부터 한국조폐공사로부터 동전 생산업체로 지정됐고 1973년 타이완 수출을 시작으로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30억 명이 풍산의 동전을 사용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풍산의 류 회장은 행사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와인을 즐기는 와인 마니아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화이트 와인 몽라셰(Montrachet), 샹파뉴 지방의 모에 샹동 돔 페리뇽(Moet & Chandon Dom Perignon),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마고(Chateau Marguax) 등을 선호하지만 특히 몽라세와 돔 페리뇽을 즐겨 마시는 걸로 알려졌다.

몽라셰는 와인 애호가들이 꼭 마셔야 하는 와인 가운데 첫 번째로 손꼽히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레드와인 로마네 콩티(Romanee Conti)에 유일하게 대적하는 화이트 와인이며, 영국 디캔터 잡지가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선' 중 톱 5에 들어 있다.

그 이유는 몽라셰의 경우 0.67헥타아르의 작은 포도밭에서 샤르도네 포도 품종을 재배하여 연간 3,000병 정도 생산되는데, 와인 맛은 물론이고 희소성 때문에 더욱 더 유명세를 달리하고 있다.

몽라셰는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버킹엄궁에서 주최한 국빈 만찬에서 만찬주로 나와 국내에 알려졌으며,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Fils) 가 '고딕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 같은 느낌'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또 같은 해에 태어난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마리 위고 (Victor-Marie Hugo)도 즐겨 마신 와인이며, 특히 사이코와 새의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Joseph Hitchcook)이 즐겨 마신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수도사 돔 페리뇽 동상(배경)과 샴페인 돔 페리뇽/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그리고 모에 샹동의 돔 페리뇽 샴페인은 17세기 베네딕트 수도사 '돔 페리뇽'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어느 장소에서든지 최고의 샴페인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수도사 돔 페리뇽은 시각 장애에도 불구하고 지하 와인 저장고에서 와인 한 병이 갑자기 터진 사건에 의문을 품고 와인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후 최초로 샴페인을 탄생시킨 인물로 샴페인을 마시며 "나는 지금 별을 마신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특히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용 공식 샴페인으로 지정된 이후 각국의 공식 만찬과 행사에서 최고의 예의를 표하는 샴페인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1981년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축하주로 선정되면서 그 명성을 날리게 됐다. 또한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 윈스턴 처칠, 마릴린 먼로, 칼 라거펠트 등도 돔 페리뇽의 애호가로 유명하다.

풍산의 창업주 고 류찬우 회장은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임진왜란을 겪은 서애 류성룡의 12세손으로 "선조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인생관을 갖고 회사의 이름도 본관 '풍산'에서 따와 가풍의 전통성을 중시했다. 류진 회장은 막내아들로 태어나 82년 풍산에 입사한 뒤 15년 만에 1997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3년에 회장 올라 첨단소재산업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면서 선친의 가풍을 면면히 이어받았다.

류 회장의 풍산에서 생산되는 소전의 6000년 역사는 와인의 역사와 비슷하며, 희소성이 높은 황금색의 소전은 부르고뉴 황금의 언덕(Cote d'Or)에서 생산되는 황금색의 희소성 높은 몽라셰와 공통점이 있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풍산 류씨 가문이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하회 마을을 방문했다. 류 회장은 그러한 인연을 매개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최고의 예의를 표하는 와인으로 여기는 돔 페리뇽 샴페인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또 몽라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공식 만찬주로 마신 것이기에 이를 연상하면서 즐겨 마시지 않을까.

류 회장이 죽을 때까지 청렴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온 류성룡의 가문을 이어받아 풍산을 국가의 방위산업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죽을 때까지 청렴하게 어려운 역경을 견디고 세계 최초의 샴페인을 만들어 프랑스 와인의 위상을 높인 '돔 페리뇽'과 닮았다. 또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소전으로 세계를 제패한 풍산 기업은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희소성의 존귀한 몽라셰 와인에 비유된다.

돔 페리뇽과 몽라셰를 즐겨 마시면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하회마을의 풍산 류씨 가문답게 류 회장은 영광된 기업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열정을 다하리라 기대한다.

/캐리커처=임종철 디자이너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