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찰의 강경대응이 가져온 것들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 2015.04.28 05:25
"미신고 집회라도 공공의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차벽을 운영하지 않겠다."

강신명 경찰청장의 27일 정례 기자간담회 발언이다. 도로점거나 경찰관 폭행 등이 있을 경우 부득이하게 차벽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세월호 1주기와 그 주말 광화문 일대에 물샐틈없이 주차됐던 경찰버스 행렬을 감안하면 꽤나 전향적인 태도다.

이같은 입장 변화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찰의 공격적인 차벽 운용 등 시위 대응이 위헌·위법이라는 각계의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중대하고 명백한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의 차벽 설치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일 수 있다. 다수의 헌법 학자들 역시 경찰의 이번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시위대의 미신고 행진을 일체 막고 해산을 명령한 경찰의 대응에도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다 .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신고 집회나 신고 내용과 다른 집회라 하더라도 구체적 위협이 없다면 해산명령을 할 수 없고, 해산명령 위반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집회와 관련해 최근 경찰이 해산명령위반 등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은 번번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7명중 5명의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헌법과 법률, 실무상 문제 외에 일반 시민들의 귀갓길 교통문제까지 유발했다. 지난 18일 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를 지나 귀가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한 시민들의 불만이 넘쳐났다. 경찰이 최근 집회 현장에 통행안내 경찰관을 배치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차벽 설치 없이도 충돌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됐던 지난 24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대응의 경험도 경찰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게 된 배경일 수 있다. 민노총 집회는 경찰의 강경대응이 폭력집회를 초래한다는 주장의 반증이 됐다.

당장 오는 1일 대규모의 노동절 집회가 예정돼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도 계속될 것이다. 경찰이 원칙대로 차벽의 위압감과 시위대를 자극하는 발언이 아닌, 적법절차에 근거한 대응을 하길 기대한다. 시위대도 폭력 없고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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