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6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은폐행위가 있었다"며 "일부 은닉된 자료는 찾은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자료가 수사팀이 주목하고 있는 핵심 증거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밤을 많이 새워야 할 것 같다"고 말해, 핵심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음을 암시했다.
수사팀은 그동안 경남기업에서 현금성 비자금을 만들어 사용한 내역을 기록한 장부 등이 있는지 주목해왔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을 밝혀 줄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자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장부' 형태의 자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불투명하다. 성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비밀장부는 없다"고 했다.
수사팀은 이날 '악마의 증명'을 거론하며 아직까지 장부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음을 비유적으로 밝혔다. '악마의 증명'은 어떤 사실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자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증명하지 못하므로 악마는 존재한다'는 논리가 잘못된 것처럼, 우선적으로 장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아직까지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일부 관련자들의 진술로만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해 확인한 상태다. 리스트 관련 인사들이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사팀은 '장부'가 이번 수사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박 전 상무와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씨를 상대로 장부의 유무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수사팀은 이들이 성 전 회장이 생전 리스트를 작성할 때 함께 했고 증거인멸에 가담한 만큼 이들을 통해 '장부'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성 전회장 운전기사 등 측근들을 동시다발로 불러 '리스트' 의혹을 증명할 진술과 정황증거 확보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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