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기원' 나간다…포성없는 과학 인재 영입戰 예고

머니투데이 대구·울산=류준영 기자 | 2015.04.27 05:10

오는 9월 '국립대→과기원' 전환…대구경북·포항 과기원 '학생 유치' 긴장

1700평 규모로 캠퍼스 정중앙에 조성된 공동연구시설(UCRF, 연구지원본부)/사진=UNIST


오는 9월 27일, 겉(과기원)과 속(국립대)이 달랐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울산과기원)이 출범 6년 만에 명칭 그대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전환한다.

UNIST의 과학기술특화대학 전환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POSTECH, 옛 포항공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이은 우리나라 5번째 과학성장 엔진의 정식 출범이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응원하는 건 아니다. 국립대로 누려온 정부·지자체 지원(1조 1000억원)을 기반으로 연구동 건립 및 첨단연구장비 도입 등 '과기원' 색채를 짙게 해 온 탓에 다른 과기원들을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 예로 세수 부족으로 내년 R&D(연구개발) 예산 지출 한도가 올해보다 4.6% 낮춰진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정된 '예산'을 둘러싼 과기원간 샅바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1700평 규모 UNIST 캠퍼스…영남권 최대 연구 인프라로 승부

1700평 규모로 캠퍼스 정중앙에 조성된 공동연구시설(UCRF, 연구지원본부)을 설명하던 UNIST 정무영 연구부총장은 "최근 광주과기원이 벤치마크를 해갔다"고 말했다.

정 부총장은 "이곳에 700억 원 상당의 200여 종의 고가 연구장비들이 갖춰져 있고, 울산 내 중소기업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며 43명의 전문 기술원들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산·학·연 협력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대는 연구장비 도입 설치나 지원이 과기원보다 까다롭지 않다. UNIST는 이 같은 이점을 200% 활용해 영남권 최대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현재 △단일 원자 관측이 가능한 장비로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원자 분해능 투과 전자현미경' △국내 유일한 나노스케일 가공 장비인 '초정밀나노가공기' △국내 유일의 4D 원자관측장비인 '4차원 초고속전자현미경' 등이 갖춰져 있다.

UCRF 보유 최첨단 공용장비

개교 6년이라는 짧은 역사지만 UNIST는 IBS 연구단을 3개를 유치했다. IBS가 뽑은 연구단장 22명중 순수 외국인 석학은 3명이며, 이중 2명(로드니 루오프, 스티브 그래닉 교수)이 UNIST에 있다. 3개의 IBS 연구단은 10년간 300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또 포항가속기연구소 내 UNIST 전용 빔라인 건설이 추진 중이다. 원자배열 구조 및 물리화학 특성분석으로 첨단신소재 개발을 가속화 한다는 계획이다.

UNIST는 LMS(학습관리시스템)으로 연결된 국내 최초 모바일 캠퍼스를 구축했으며, 수업전 LMS로 지식을 습득하고, 수업 시간에는 교수와 토론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울산시는 UNIST의 과기원 전환은 굴뚝산업 쇠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이 기술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무제 총장/사진=UNIST
'야전사령관' 스타일의 총장 조무제 씨는 "미국 연구중심 대학 중 대표적인 스탠포드의 졸업생들이 창업한 회사 4만여 개 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대학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에 모여 있는 사례에서 보듯 울산시도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를 위해 과기원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 DGIST, "R&D 핫이슈? 우리 캠퍼스로 오면 된다"


기존 과기원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DGIST는 하반기에 카메라·센서 등을 통해 식물을 파괴하지 않고 관측할 수 있는 연구시스템을 기초과학연구원(IBS) 1층에 짓는다. 시스템으로 농작물의 상태를 실시간 완벽하게 관리하는 일종의 '우주농장'이다.

DGIST는 남홍길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장을 교내 R&D의 '대표 장수'로 내세웠다. 남 단장은 생명체 노화·사멸 등 인류 난제 해결의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표]DIGIST 중점 연구영역

DGIST는 지난 4년간 신물질(M), 정보통신융합(I), 의료로봇(R), 에너지시스템융합(E), 뇌과학(B), 뉴바이올로지(N) 등 일명 '미래 브레인(MIRE BraiN)' 융복합대학원 전공을 출범시켰다. 과학계 소위 '핫'한 R&D 이슈는 안 다루는 게 없을 정도의 '백화점식 R&D'로 각개전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DGIST 연구성과 중에는 80km 주행에 성공한 무인자율주행차가 있다. DGIST 웰니스융합연구센터는 저수지 수질측정을 위해 생체모방 드론(무인항공기)인 '가오리(GAORI)'를 개발했다. 이동화 센터장은 "취수 후 동시에 수질오염도 측정까지 가능한 드론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10억원에 기술이전 계약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DGIST는 △싱크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지반탐사 레이저' △센서가 보행자 보폭을 감지해 움직이는 '재활로봇(보행보조 재활 트레드밀)' △피가 묻어도 세척 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나노 수술·환자복' △인체 내부에 약물을 전달하는 '마이크로 로봇'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벽투과레이더를 설명중인 문전일 융합연구원장/사진=DGIST

자체 개발한 이 기술들은 DGIST가 현물 출자해 최근 2년간 9개의 기술출자연구소기업을 출범시켰다. 문전일 융합연구원장(로봇공학전공교수)은 "신생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출자기업수에서 2위 기관이 됐다"고 강조했다.

학부생들의 효율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자체 개발한 융·복합 교재 34종(전자책 25종, 종이책 9종)도 눈에 띈다. DGIST는 세계 최초로 전 학부교재를 이펍(Epub)3.0 기반의 이북(e-book)을 지원한다.
신성철 총장/사진=DGIST

또 도서관은 국내 최초로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는 웹상의 무수한 소셜미디어 자원과 학술자원을 선별(큐레이팅)해 구성원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학술 및 문화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신성철 총장은 "기술혁신과 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혁신과 기업가 정신(Innovation & Entrepreneurship, I&E) 존(zone)을 10만평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라며 "교육과 연구, 사업화 기능이 공존하는 협업 캠퍼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이 이끄는 포스텍, 개방형 혁신으로 인재 유치"

영남권 명문 과기원인 포스텍은 지난 23일, 제7대 총장으로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선임했다. 김 신임 총장도 향후 UNIST 출범을 감안한 인재 유치 전략을 펼 것이란 관측이다.

김도연 총장/사진=포스텍
김 신임 총장은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낸 분들이 대학으로 자유롭게 옮겨와 강의할 수 있도록 대학 문턱을 완전히 낮추겠다"며 '개방형 혁신'을 통해 훌륭한 인재를 유치·양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 조사결과 4개 과기원 학부생 모집 정원(1820명)이 현 전국 과학고 신입생(1700여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포스텍 입학 정원까지 고려한다면 내년도 신입생 유치 경쟁은 올해보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신입생 하향 평준화'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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