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 집회라도 소음 등 객관적 자료 있어야 금지 가능"

뉴스1 제공  | 2015.04.26 07:25

법원 "구체적 자료로 추정 안 되면 집회의 자유 지나치게 제한"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 News1
학교 주변에서 예정된 집회라 해도 소음 발생 정도, 학업에 미칠 영향 등을 객관적 자료로 추정할 수 없다면 경찰이 함부로 금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지난해 5월 경찰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고(故) 염호석 분회장 시신침탈 규탄 집회에 대한 판결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금속노조가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5월 말 경찰청 맞은편 인도 등지에서 고 염 분회장 시신침탈을 규탄하고 경찰청장에 대한 항의 면담을 요구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겠다고 같은 달 남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런데 남대문경찰서는 금속노조의 집회 신고를 접수했다가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주변 지역 내에서의 집회이기 때문에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곧바로 금지를 통고했다. 실제로 해당 고등학교로부터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요청을 담은 공문서가 접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금지통고처분에 개의치 않고 집회를 열었다. 다만 장소는 신고된 장소에서 150m 떨어진 곳이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경찰의 금지통고처분이 위법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즉 학교 주변이라 해도 경찰이 함부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집회가 이화외고 학생들의 학습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은 예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사정이 있다 해도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학습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교 주변지역을 (모두) 집회금지구역으로 설정하게 되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또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으려면 적어도 학생들이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소음이어야 하고 수업·시험·체육행사 등 어떤 학습이 이뤄지고 있는지, 학습의 내용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소음의 정도는 얼마인지, 학교와 집회장소 사이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연구나 측정을 통한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서나마 추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남대문경찰서는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이런 검토를 하지도 않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며 "경찰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로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집회를 개최해야 금지되지 않는지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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