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은의 폴리티션!]'동료의원' 이완구·홍문종에는 다른 잣대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5.04.25 09:47

[the300]국회, 비리 연루 의원 무대응…美 하원, 사법부 기소 의원 자체조사 의무화 개혁

영국 하원은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으로 국회의원 신분의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 수사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부러운 일이다.

물론 영국 정치인들이라고 부정부패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1990년대 일부 하원의원들이 돈을 받고 질의를 해준 것이 폭로돼 충격을 줬다. 의정활동에 사용하라고 지급하는 수당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드러나 대거 사임 사태로 이어진 것도 불과 2009년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영국 의회는 수세기 동안 군주나 법원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롭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 자율규제와 자기통제의 원칙을 고수했다. 물론 이 전통이 거저 지켜지는 않았다.

이해관계 등록 의무화와 의회윤리감찰관 제도, 세비와 수당 지출 내역을 감시하고 공개하도록 한 독립의회윤리기관 등 자체적으로 의원 스스로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부단히 이어졌다. 의회의 권위와 신뢰를 유지하려면 의회 스스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수차례의 불법로비와 뇌물수수 사건 등으로 의회 불신의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자체 개혁과 윤리제도 강화가 이어졌다. 특히 미국 하원은 하원 의원에 대한 윤리위원회 조사에 힘을 실은 것이 특징이다. 20명 이상의 의원이 동의해야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단 한 명의 의원만 고발해도 조사가 가능하고 의원의 인증을 갖춘 일반인과 민간전문인으로 구성된 의회윤리국의 요청으로도 윤리위의 조사가 가능하다.

2007년에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불거진 불법로비와 뇌물 수수 사건을 계기로 연방법원이나 주 법원 기소 대상의 하원의원에 대한 자체조사를 의무화하는 의회 개혁에 나섰다. 의회가 의원윤리와 관련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에 기소되기 전이든 소송이 진행되는 중이든 의회가 문제해결 주체로 인식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조사와 조치를 취해 정치권이 자정 의지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인과 자녀 명의의 회사로부터 40만달러의 뇌물을 수수한 윌리엄 제퍼슨 민주당 의원에 대한 미 하원의 자체 조사다.

제퍼슨 의원은 2005년 중반부터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2006년 5월 미 의회역사상 처음으로 의원사무실에 대한 FBI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미 하원은 즉시 윤리위 조사소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제퍼슨 의원에게 FBI 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세입위원회 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제퍼슨 의원이 2007년 6월 뇌물수수 등 16개 혐의로 법원에 기소되고 2009년 8월 이 중 11개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물론 2009년 그가 재선에 실패해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윤리위 조사소위의 활동이 이어졌다.

의회의 이 같은 활동은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윤리적 문제를 일의킨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권한 남용을 막고 정치적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5.2.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나라 국회는 윤리위원회 등 자체적인 윤리제도가 거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 개인의 윤리나 도덕성 문제에 유독 '솜방망이'인 것도 제도의 문제가 크다.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 정치권을 지배할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심사해야 할 법안들,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일들을 다 제쳐놓을 정도로 '성완종 리스트'에 매달리고 있으면서도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리스트에 언급된 현직 국회의원 두 명에 대한 국회 차원의 자체 조사나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광역단체장의 국회 출석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야당 조차 이를 거론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윤리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국회 윤리위원회도 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 국회의원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그러는 동안 국회의원 신분의 '혐의자'들이 자신들의 의혹을 부정하는 일방적인 주장만 반복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주체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스스로의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부정부패, 비리 사건으로 인한 정치권 공멸을 막을 수 있다. 이는 "부정부패·비리 연루자를 절대 비호하지 않을 것"이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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