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뜻하는 'FAIL'이 무엇의 약자인지 아세요? '배우는 과정의 첫번째 시도'(First Attempt In Learning)입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혁신의 전제조건입니다." (제니 강 시만텍 국제부 이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가 명예의 훈장입니다. 직원들이 실패에서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데에서 '혁신'은 시작됩니다. 이런 문화가 없는 한국 기업에는 혁신도 없습니다." (딘 시바라 SAP 부사장)
23~24일 이틀 간의 일정으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5 키플랫폼(K.E.Y. PLATFORM)'의 둘째 날 쌍방향 워크샵 '플러그 인 앤 토크'(Plug in & Talk)에서는 혁신을 가능케 하는 기업문화와 사업 추진 방식 등에 대한 조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오전 '실리콘밸리 IT 거인들의 혁신 방법론'을 주제로 진행된 '플러그 인 앤 토크'에는 세계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시바라 부사장과 세계최대 보안솔루션 업체 시만텍의 강 이사, 세계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의 헬더 안투네스 선임이사, 글로벌 기업용 솔루션업체 CA테크놀로지스의 비카스 크리샤나 부사장 등이 강연자 겸 패널로 참여했다.
시바라 부사장은 "대기업의 혁신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이를 시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자본, 그리고 제품이 팔릴 시장인데 이는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행해 혁신으로 연결시켜주는 문화적 배경이 한국 대기업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시바라 부사장은 "한국 대기업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한국에서 '실패'의 의미는 '끝'이나 다름없다"며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기업문화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구체화되지 못하도록 막는 장벽"이라고 말했다.
시만텍의 강 이사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민첩 방법론'(Agile Methodology)을 소개했다. '민첩 방법론'이란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2∼3주 간격으로 고객에게 보여주고 고객의 반응을 반영해 수정을 거듭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인 대기업에서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 '폭포 방법론'(Waterfall Methodology)에 따라 6개월 이상에 걸쳐 기획과 개발 등의 단계를 거친 뒤에야 고객에서 신제품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신제품이 고객의 외면을 받는 등 실패의 위험이 크다.
강 이사는 "신제품이 출시된 뒤 결함이 고객에게서 발견됐을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출시 전 기업 내부에서 결함이 발견됐을 때의 약 50배에 달한다"며 "실패의 부담을 줄이려면 '민첩 방법론'에 따라 개발 과정에서 수시로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내 '스타트업'(신사업 조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 안투네스 선임이사는 "회사 내 스타트업에 자금을 대주고 힘을 실어주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를 '알파'라고 부른다"며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는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내 스타트업은 아예 분사시켜 독립된 조직으로 활동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며 "그래야 기존 사업과 신사업 탐색에 모두 능한 '양손잡이'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직원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모으기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연다. 안투네스 이사는 "이 경진대회를 우리는 '혁신 마라톤'이라고 부른다"며 "최대한 구체적인 영역을 선택해 경진대회를 열고, 회사 내 직원 뿐 아니라 그 지역의 누구라도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아이디어들을 잘 걸러서 성숙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용 솔루션업체 CA테크놀로지스는 직원들에게 제품 개발의 방법을 직접 선택할 권한을 준다. 이 회사의 비카스 크리샤나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지시하기에 앞서 직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해당 제품에 대해 직원들 스스로 최선의 방식을 선택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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