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글로벌 '19위→4위' 도약 '불굴의 역사' 썼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5.04.22 15:33

마이크론에 팔리는 위기 벗어나 지난해 마이크론 제치고, 세계 반도체 넘버4 랭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4위로 도약했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랭킹 19위의 작은 반도체 회사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가 갖은 고난을 극복하고 세계 메이저 반도체 메이커로 우뚝 선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4위 '도약'
시장조사업체 IHS의 2014년 글로벌 반도체 업체 매출순위(파운드리 업체 제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61억1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마이크론(161억1100만 달러)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25.8%로 마이크론(14.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위 내 반도체 기업 중 매출 증가율이 20% 이상인 곳은 SK하이닉스가 유일했다.

만약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SK하이닉스는 2016년 퀄컴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이같은 도약에 반도체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겪어왔던 갖은 고난과 시련의 역사를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험난했던 과거… 후퇴는 없었다

SK하이닉스의 세계 반도체 매출 순위. IHS 기준.
SK하이닉스는 1983년 2월 현대전자산업주식회사로 창립돼 1996년 말 증시에 상장됐다. 1999년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2000년 12월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고 같은 해 10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해 채권단 공동관리가 시작됐다.

당시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은 23억7300만 달러(19위)로 1위 인텔(235억3900만 달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2002년 4월19일에는 미국 마이크론에 메모리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해외로 매각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양대 산맥 중 한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름 뒤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기술유출 등을 이유로 MOU 체결 승인안을 극적으로 부결시키면서 매각은 백지화됐다.

독자생존 방안을 찾아야 했던 절박한 시점이었다. 결국 2003년 3월 말 하이닉스 주식에 대한 21대1 감자 및 같은 해 4월 채권단의 출자 전환이 단행됐다.

회사의 존립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SK하이닉스는 △2002년 18위 △2003년 15위 △2004년 14위 △2005년 10위 등 매년 순위를 꾸준히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술력과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쌓아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05년 중국 장쑤성 우시에 현지 합작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같은 해 5월에는 이천 M10공장을 준공하고 300mm 웨이퍼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2005년 7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조기종료가 확정됐다.

2006년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매출 랭킹 7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2007년 4월 청주 300mm 공장(M11)을 착공했고, 그 해 순위는 6위로 올라갔다.

시련은 또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서 SK하이닉스는 그해 4조74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 손순실 규모가 3330억원으로 줄었지만 업황은 좋지 않았다. 2008년 SK하이닉스의 업계 순위는 9위로 밀렸다가 △2009년 7위 △2010년 6위 △2011년 8위 등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채권단의 매각 시도는 총 3차례에 걸쳐 이뤄졌을 만큼 험난했다. 2009년 9월 매각안내문을 발송하며 매각에 나섰지만 단독으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효성이 인수의향을 철회하면서 1차 매각은 불발로 끝났다.


같은 해 12월 국내 기업 대상 공개경쟁입찰을 통한 인수합병(M&A) 추진 매각을 공고했지만 2010년 2월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없어 2차 매각 역시 불발됐다.

2011년 6월 주주협의회는 하이닉스 매각공고를 내며 3차 매각에 나섰고, 같은 해 11월 SK텔레콤이 본 입찰에 참여해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비로소 새 주인이 확정됐다.

SK그룹 인수 후 '훨훨'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 결단은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쉽지 않았다. 인수가 진행 중이던 2011년 3분기와 4분기 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적자는 각각 2909억원, 106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일부 메모리 업체의 탈락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수요 증가 등을 예견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과감하게 인수 결정을 내리면서 하이닉스는 2012년 3월 'SK하이닉스'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이 같은 예견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2009년 독일 키몬다가 파산한데 이어 2012년 일본 엘피다도 파산해 마이크론에 피인수되면서 D램 주도권을 놓고 벌였던 치킨게임도 끝이 났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가 투자를 축소하던 2012년에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전년 대비 시설투자 금액을 10% 증액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2년도 반도체 업계 전체투자는 10.7% 감소한 반면, SK하이닉스의 투자는 16.7% 증가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제로 2012년 자사의 투자규모는 3조8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며 "미세공정 전환 능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시설 투자에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시설투자 5조2000억원, 연구개발 투자 1조4240억원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금액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쏟아부었다.

앞서 2012년 6월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컨트롤러 업체인 LAMD(현 SKHMS)를 약 2800억원에 인수했고, 청주 M12라인을 본격 가동하며 생산량을 늘렸다.

지난해부터 이천의 노후화된 D램 공장을 대체하기 위한 최첨단 시설의 M14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올 상반기 완공 후 가동에 들어가면 원가 및 제품 경쟁력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순위는 △2012년 6위 △2013년 5위 △2014년 4위 등 매년 한 단계씩 높아졌다. 지난해 연결기준 17조 1256억원의 매출에 5조 109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SK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선전에도 불구, SK하이닉스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시장점유율 11% 수준으로 5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시스템반도체 매출액 역시 전체의 3%에 불과하는 등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기술 탓에 공정 전환과 양산성 확보의 벽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은 높은 품질과 안정적 공급을 원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위기의식이 내부에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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