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머그컵과 일회용컵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5.04.22 15:43
벌써 한낮이면 시원한 음료 한잔이 생각나는 날씨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이스커피를 찾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커피전문점들도 성업 중이다. 사무실이 밀집한 오피스촌이나 상가지역에는 서 너 집 건너 하나는 어김없이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을 정도다.

뜨거운 커피 사랑에 매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컵의 양도 엄청나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버려지는 일회용 컵의 수가 230억 개에 달한다. 20세 이상 성인 인구수를 4000만 명으로 가정했을 때 성인 1명이 1년에 575개의 일회용 컵을 쓰고 버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성인 1명이 하루에 적어도 일회용 컵 1~2개는 소비하는 셈이다. 머그컵이나 텀블러 같은 다회용 컵을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커피 매장 한곳에서만 하루 동안 수천 개의 일회용 컵이 당연하다는 듯이 쓰고 버려진다. 기자는 얼마 전 한 커피전문점 사회공헌 담당자를 만나 제안했다. 고객이 직접 가져온 머그컵이나 텀블러로 음료를 주문할 경우 주어지는 할인 혜택을 매장에 비치된 다회용 컵을 사용할 때도 적용하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돌아온 대답은 '어렵다'였다. 사용한 머그컵을 다시 회수해서 세척하고 말리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슬쩍 들고 나가는 손님 탓에 매장에 많은 수의 머그컵을 가져다 놓기 힘들다고 했다. 다른 커피전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머그컵 이용 고객이 늘어나면 매장 관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그렇지 않아도 점심시간이면 주문 대기시간이 십 분을 넘는데 컵까지 신경 쓰려면 '알바생'을 더 쓸 수밖에 없다. 머그컵을 사용하는 손님은 음료를 다 마실 때까지 매장에 있어야 하니 좌석 회전율도 떨어진다. 이래저래 돈이 더 들어가는 일에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환경의 날', '지구의 날'과 같은 기념일이면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도 커피전문점이다. 다회용 컵 사용 캠페인이 성과가 없다고 푸념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커피 매장에서 슬쩍 들고 나온 머그컵을 '득템했다'고 자랑하는 고객들도 하루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당신이 가져간 머그컵 가격이 다시 커피 값으로 당신의 지갑에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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