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52분 총리실에서 보낸 문자내용은?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5.04.21 10:06

여당 수뇌부 '사퇴촉구' 급선회 직격탄… 박 대통령에게 보고 직후 국내 발표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퇴는 한밤중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마치 군사작전을 감행하듯 '국민들이 다 잠든' 새벽녘, 이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동안 '자진사퇴'를 놓고 야당측과 벌인 치열한 공방을 생각하면 허탈할 정도다.

국무총리비서실은 21일 자정이 지난 0시52분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공지' 문자를 발송, 이 총리의 총리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왜, 어떻게 이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한마디 설명도 없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4월20일자로 박근혜 대통령께 국무총리직 사임의 뜻을 전달했음. 사표 수리여부는 대통령께서 귀국 후 결정하실 예정. 21일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께서 주재하실 예정." 이게 전부였다.

끊이지 않은 의혹제기와 총리해임안 제출 등 야당측의 사퇴공세를 더 이상 감내하기 쉽지 않았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지만 상식적인 정치를 바라는 국민 눈높이를 감안할 때 이 총리의 사퇴발표는 '역시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왜 한 밤중 이었을까?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페루·콜롬비아 등 중남미 4개국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우리나라와 박 대통령이 체류하고 있는 페루와는 시차가 한 12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사퇴표명 시간이 자정에서 새벽 1시 사이였기 때문에 이 시간을 역산해 보면,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시간은 20일 점심 안팎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측이 밝힌 총리해임안 일정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총리해임안에 대한 의원총의를 구한 뒤 국회 본회의에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내 일부 소장파 의원들까지 '야당이 총리해임안을 제출하면 찬성표를 던지겠다'며 공공연하게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것도 이 총리의 결심을 재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움직임도 고려됐을 것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단은 당내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자 2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박 대통령 귀국 전 이 총리의 '조기사퇴'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의 귀국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자신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기류가 이처럼 급박하게 변화하자 결국 이 총리가 스스로 사의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또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이 총리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총리의 사퇴의사 표명으로 일단 총리직 사퇴를 둘러싼 야당측의 공세는 수그러질 전망이다. 당장 야당측의 총리해임안 건의는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메모로 촉발된 이번 파문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성 전 회장의 리스트에 언급된 박근혜 정부 실세들은 물론 그의 장부에 적혀있을 수많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의에서 "검찰수사는 상당히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당장 '불똥'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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