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3주 뒤 분수령…유로존, '그렉시트' 대비 중?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5.04.19 14:53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알리는 시계가 3주 뒤 파국을 예고했다. 5월11일에 예정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가 디폴트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 모두 파국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유로존, 그렉시트 대비…그리스는 러시아 곁눈질"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18일(현지시간) 유로존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하는 사이 그리스가 러시아의 돈다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보도했다. 각각 제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문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이날 발언에 주목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그리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우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될 게 확실하다"며 "지금은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시나리오는 상상하기조차 싫다"며 "유로화 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것은 그가 그리스 사태의 전이 우려를 일축한 대목이다. 드라기 총재는 "우리는 충분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며 "다른 목적을 위해 고안된 것이기는 하지만 필요하다면 쓸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전면적 통화거래'(OMT)라고 불리는 무제한 국채 매입 계획과 지난 3월부터 시행중인 양적완화를 거론했다. 드라기 총재가 2012년 9월 처음 언급한 이래 아직 시행된 적이 없는 OMT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당시 재정위기가 한창이었던 국가들의 국채 금리 급등세를 진정시킨 '특효약'이다.

텔레그라프는 드라기 총재의 이 발언을 그리스의 위협에 더 이상 관용은 없다는 경고로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집권당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러시아로 눈을 돌릴 기세다. 한 소식통은 그리스 정부가 빠르면 다음주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즈프롬과 '터키스트림'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계약에 서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스트림'은 러시아에서 터키를 거쳐 그리스 국경까지 가스관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날 그리스가 이 계약으로 30억-50억유로가량의 선수익금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텔레그라프는 그리스가 러시아 자금을 손에 넣으면 한동안 IMF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어 유로존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러시아의 자금 지원 가능성은 더 두고 봐야 한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궁) 대변인을 인용해 그리스와 선수익금 지급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터키스트림' 선수익금은 그리스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단기 대책밖에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리스 디폴트 5월11일 분수령…치프라스 선택은?
그리스는 2010년 처음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결정된 245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연명해왔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개혁 불이행으로 이 중 1720억유로 규모의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72억유로가 집행이 안 된 채 남아 있다.

문제는 자금 집행 조건으로 채권단이 새 개혁 프로그램의 입법화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요구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거부한다는 공약으로 지난 1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유로존은 오는 24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IMF 관리들도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이뤄지려면 몇 주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제 분과 위원장은 5월11일에 열리는 그 다음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그리스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이달 말 연금 및 공무원 임금으로 17억유로, 다음달 6일 IMF 채무 상환에 1억8600억유로를 쓰고 나면 현금이 바닥날 전망이다. 다음달 11일 회의에서 추가 지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이튿날 디폴트가 불가피하다. IMF에 7억4700만유로를 추가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자본통제 등에 따른 유례없는 혼란은 물론 끝내 그렉시트를 촉발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의 디폴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위험이 큰 만큼 11일 회의에서 임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채권단이 그리스에 상대적으로 반발이 큰 노동 및 연금 부문 대신 수위가 낮은 개혁을 먼저 요구하면서 자금 숨통을 터준 뒤 6월 말까지 250억-300억유로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신문은 추가 지원 대가가 강도 높은 긴축을 수반한 경제·재정 개혁이라는 사실에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는 결국 긴축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시리자 내 급진 세력과 맞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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