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과수원으로 오라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 2015.04.20 07:08

[웰빙에세이] 내 인생의 유턴 -1

나는 삶을 살지 않는다. 자꾸 뒤로 미룬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살려고 한다. 다음에 살려고 한다. 원하는 일은 뭐든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하고픈 일은 뭐든 다음에 다음에 다음에. 그래서 미련이 남는다. 여한이 쌓인다. 그 미련과 여한의 양만큼 나는 잘못 살고 있다.

오쇼 라즈니쉬는 말한다.
"우리는 항상 삶을 연기한다."
그리고 경고한다.
"그렇게 살면 어느 순간 죽음이 찾아와서 삶이라는 선물을 앗아갈 것이다."

나는 너무 바빠 시간이 없다. 놀 시간이 없다. 쉴 시간이 없다. 즐길 시간이 없다. 어울릴 시간이 없다. 사랑할 시간이 없다. 한 마디로 살 시간이 없다!

'인생 90년'에서 30년은 잠으로 빠진다. 30년은 공부로 빠진다. 30년은 일로 빠진다.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한평생 나는 무엇을 했던가? 나는 삶을 살았던가? 내가 한 공부와 내가 이룬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시인 위스턴 오든은 초대한다. 삶의 무도회로 나를 부른다.

별들이 서까래에서 내려올 때까지 춤추라
그대가 쓰러질 때까지 춤추고 춤추고 또 춤추라

시인 알프레드 디 수자도 나를 초대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다른 초대를 원하는가? 여기 시인 잘라루딘 루미의 초대장이 있다. 이 아름다운 봄날에 그가 나를 부른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라 한다.

봄의 과수원으로 오라
여기에는 볕이 있고
포도주가 있고
석류 꽃 그늘 아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이 있다.

그대 만일 오지 않는다면
이 모두 아무것도 아니다.

그대 만일 온다면
이 모두 아무것도 아니다.

삶이 나를 부른다. 나에게 손짓한다. 얼른 삶의 무도회로 와서 마음껏 춤추라 한다. 그런데 나는 초대장을 물린다. 무슨 소리? 나는 춤출 시간이 없다. 노래할 시간이 없다. 사랑할 시간이 없다. 나는 바쁘다. 나는 지금 일을 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성공을 해야 한다.

정말로 그런가? 그래서 숨 돌릴 틈 없이 바쁜가? 그렇다면 나는 삶을 연기하고 있다. 일과 돈과 성공에 홀려 삶을 놓치고 있다. 그렇게 수십 년을 허비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으리라. 더 이상 삶의 초대장을 물리지 않으리라. 삶의 무도회로 가서 춤추고 노래하리라. 별들이 서까래에서 내려올 때까지! 봄의 과수원으로 가서 사랑을 속삭이리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 무도회에, 그 과수원에 내가 가지 않으면 그 모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무도회에, 그 과수원에 내가 가면 그 모두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 그 무도회의 주인공은 오로지 나이므로. 그러니까 나는 더 이상 삶을 연기하지 않겠다. 더 늦기 전에, 죽음이 삶이라는 선물을 앗아가기 전에 이 풍성한 삶의 잔치를 즐겨야겠다. 이런 마음가짐이, 이렇게 살겠다는 돌아섬이 나의 유턴이었다. 나이 50에 일을 내려놓고 산골로 찾아든 내 인생의 유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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