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눈, '호루스의 눈'을 닮아가다

머니투데이 김미한 기자 | 2015.04.18 06:00

고급스럽고 역동적인 디자인 선호, 안쪽 램프 배치 바꿔 기술과 개성 한꺼번에

메르세데스-벤츠 CLS.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호루스의 눈’은 가느다란 눈에 눈초리가 긴,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상징이다. 오른쪽은 태양을 왼쪽은 달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지켜보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자동차의 눈, 헤드램프도 호루스의 눈처럼 변하고 있다. 야수의 눈처럼 반들반들한 눈동자(렌즈) 주변에 잔 장식(반사판 등)이 많아지고, 전체 윤곽의 곡선도 복잡해졌다. 위아래 폭이 좁아지고 눈초리는 더 길어졌으며, 전면부뿐 아니라 보닛과 차체 옆면까지 침범했다.

1990년대 이전 헤드램프는 동그란 등 몇 개가 앞쪽에 나란히 배치된 디자인이 다수를 이뤘다. BMW 5시리즈의 경우 2003년 이전 세대는 반듯한 사각형 안에 램프가 들어간 형태였다. 현재는 ‘길게 올라간 눈’의 전형이다. 아우디 A6도 2010년을 전후로 헤드램프의 눈초리가 더 길게 빠지고 끝이 치솟기 시작했다.

세대별 쏘나타 전조등 디자인. 위에서부터 NF, YF, LF쏘나타.
현대자동차의 NF쏘타나와 YF쏘나타를 비교해보면 이런 경향이 확연하다. 지난해 출시된 LF쏘나타는 YF쏘나타보다 정면에서 봤을 때 헤드램프가 훨씬 가늘어졌다.

소위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국산, 수입차 할 것 없이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다. 차체 디자인이 정지 상태에서도 움직일 것처럼 보이도록 앞에서 뒤로 갈수록 두꺼워지고 지붕은 보다 급한 경사를 이룬다. 헤드램프 역시 이 같은 전체적인 디자인 변화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헤드램프의 전체적인 꼴이 삼각형이나 사각형일 때 원형보다 더 고급스럽게 느낀다. 진중한 느낌을 주는 사각형과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삼각형이 만나면 요즘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차들의 눈매를 떠올릴 수 있다. 발달한 LED(발광다이오드) 기술은 보다 복잡한 형태의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다.

브랜드마다 같은 경향을 추구하다 보니 차이점을 만드는 방법은 헤드램프 속 렌즈를 어떻게 배치하는 지에 달렸다. LED촘촘하게 쪼개 넣기도 한다. 적게는 4개에서 많게는 12개 이상 사각형의 LED 등이 들어간다. LED 등은 수명도 길다. HID(고휘도방전램프) 헤드램프 비해 약 다섯 배, 할로겐 램프 대비 열배 이상이다. 또한 할로겐 램프보다 약 40%의 전력 소모 절감 효과가 있고 디자인 변경도 쉽다.

헤드램프의 진화로 자동차 산업을 근간으로 한 부품사들 역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각종 센서와 레이저 시스템 등 헤드램프에 연결된 첨단 기술이 늘고 디자인 상 연결된 부분이 많아진 만큼 충돌 시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늘었다.
혼다 뉴 레전드의 전조등. /사진제공=혼다코리아

△혼다 뉴 레전드

레전드는 헤드램프를 범퍼 일체형으로 디자인하고 각각 8개의 광학 렌즈로 채웠다. 0도, 7도, 14도, 21도의 다른 각도를 비춘다. 보석을 닮아 ‘쥬얼 아이’라고 이름 붙인 LED 헤드램프는 전조등과 상향등의 폭과 분포도가 더욱 넓어 밤길을 달릴 때 유리하다. 주간 주행등, 안개등, 방향지시등도 모두 LED를 쓴다.

포드 몬데오 디젤의 전조등./사진제공=포드코리아

△ 포드 몬데오

몬데오는 기본옵션으로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를 제공한다. 동급(중형세단)에서 유일하다.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비추고 차례로 내부 램프가 점멸하기 때문에 주변 운전자에게도 부드럽게 인식된다. 일반적으로 헤드라이트의 부품수가 평균 50개인데 반해 몬데오의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좌우 각 500개의 부품을 사용했다.
하반기 출시될 신형 쉐보레 스파크의 전조등. /사진제공=한국GM

△ 쉐보레 스파크

귀엽고 친근한 느낌의 둥글었던 기존 헤드램프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새로운 쉐보레 스파크의 헤드램프는 차의 앞쪽 비율에 따라 LED DRL(주간주행등)이 뻗어 올라 강한 인상을 준다.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가 시작되므로 자세한 제원은 아직 비공개다. 전구(벌브)타입의 전조등보다 빛의 지향성과 선명도가 높은 프로젝션 타입을 적용했다. 2015 뉴욕모터쇼에서 공개한 북미 판매 모델보다 상위 버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LS의 전조등./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 벤츠 뉴 CLS 클래스

지난해 11월 한국에 공개한 4도어 쿠페 뉴 CLS 클래스에는 멀티빔 LED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주행 상황에 따라 24개의 LED가 각각 조절되면서 도로 표면을 이상적으로 비춘다. 1초당 100회 이상의 조명 패턴을 계산하고 255단계의 밝기 조절로 원형 교차로까지 코너링 라이트를 미리 작동 시킬 수 있다.
아우디 A8의 전조등./사진제공=아우디코리아 제공

△ 아우디 A8

아우디는 벤츠와 더불어 헤드램프 개발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브랜드다. 2008년 고성능 스포츠카 R8에서 첫 선을 보인 LED 헤드라이트는 현재 A3 시리즈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돋보인 것은 A8부터 소개한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다. 12개의 LED 램프가 각각 움직여서 물체가 감지되면 해당 램프가 아예 별도로 꺼지기도 한다. 맞은편 차선 운전자의 눈부심 걱정 없이 도로를 환하게 비쳐주는 기능이다. 이 기술은 수십만 개의 개별 제어 마이크로 미러가 장착된 칩이 레이저 광선을 미세하게 쪼갤 수 있어서 프로그램만 연결하면 바닥에 헤드램프로 그림도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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