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관광주간과 눈치보는 휴가문화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5.04.20 06:0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육아 휴직 한번 써보고 싶다."

고소득 독신남녀인 '골드 싱글(Gold single)'족이 공통적으로 결혼한 동료를 부러워 할 때가 있는데 바로 신혼여행으로 1주일 휴가를 낼 때와 1년간 육아휴직을 쓸 때다.

외국계 회사의 경우 한 달 내내 연차를 몰아 쓰기도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보니 공식적으로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는 신혼여행과 육아휴직이 부러울 뿐이다. 특히 '잘했다' 칭찬(?)을 받으며 떠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이는 그만큼 국내 휴가문화가 경직돼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 여행사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유급휴가 사용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반수가 직장상사와 동료 눈치를 보느라 휴가를 신청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지난해 회사로부터 받은 휴가를 모두 사용한 직장인은 절반도 안됐다. 직장 상사나 동료 눈치를 보느라 10명 중 7명은 유급휴가로 열흘도 쉬지 못했다. 휴가를 단 하루도 쓰지 못한 직장인이 12.3%나 됐다.

특히 올해 '봄 관광주간(5월1~14일)' 첫날이자 법정휴일인 근로자의 날인 5월1일에도 직장인 가운데 절반만 쉬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부터 여름 성수기에 몰리는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고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봄·가을 관광주간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국 직장인들에게 휴가 문화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지난해 관광주간 당시 걸림돌로 지적됐던 '자녀와 부모의 여가 시간 불일치'는 초·중·고교 휴업 또는 단기방학으로 해결해 개선될 전망이다. 문제는 민간 직장의 휴가문화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올해 정부 부처 장·차관이 관광주간에 맞춰 휴가를 내 국내여행을 다녀오도록 할 계획이다. 또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고용노동부 등과 협의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기업 근로자의 휴가 사용도 장려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관광주간 휴가도 적극 장려할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는 윗사람 눈치를 보는 한국 조직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부처 장차관이 휴가를 써야 휘하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따를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이러한 눈치보기 휴가문화가 공공기관보다 심각하다. 휴가를 실적처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팀원의 휴가 실적이 팀장의 영업 실적에 포함돼야 일을 좋아하는 팀장들도 팀원 휴가사용을 영업실적만큼 반길 수 있어서다.

5월1일부터 시작되는 봄 관광주간은 징검다리 연휴가 포함돼 있어 호응이 좋을 전망이다. 초등학교도 4일 휴교하는 곳이 많아 관광주간 할인혜택이 있는 리조트의 경우 1~5일 숙박이 이미 꽉 찼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 관광주간 실적은 6일 이후를 봐야한다. 6일 이후에도 직장인들이 전년대비 휴가를 많이 썼다면 관광주간이 국내 직장인의 눈치 보기 휴가문화를 바꿨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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