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 '부메랑' 맞는 건설기업들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5.04.16 05:45

[고분양가의 역습<3>]미분양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하는 업체들

#지난해 4월 벽산건설이 법원의 파산선고와 함께 창사 5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벽산건설은 2000년대 '블루밍'이란 아파트 브랜드를 앞세워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까지 오른 중견건설업체다.

2007년말 GS건설과 함께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에 '위시티'라는 도시브랜드를 내세워 대대적 분양에 나섰다. 총 7211가구 중 A3·5블록 아파트 2350가구와 E-4블록 주상복합 178가구 등 총 2528가구를 공급했다.

하지만 고분양가에 발목이 잡혀 청약에서 참패했다. 전체의 83%인 2087가구가 미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분양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가격은 크게 떨어졌고 대량 미분양 사태로 번졌다.

이에 벽산건설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파산선고를 받은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공매로 넘어가 30%까지 할인분양하고 있다. 분양 대행업체 한 관계자는 “계약금으로 5%가량 내고 은행 대출을 80%까지 받아 1억원 정도만 있으면 매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규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분양가격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전처럼 굳이 ‘착한 분양가’ 전략을 펼치지 않더라도 쉽게 팔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분양가로 인해 꾸준히 줄어든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전까지 ‘분양불패’라는 말까지 유행시킨 경기 분당·용인·일산 등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 지역이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분양을 버티지 못한 20여개 중소 주택전문 건설업체는 미분양에 따른 현금 유동성 악화로 줄줄이 무너졌다.


실제로 2007년 전후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경기 용인시의 당시 3.3㎡당 분양가는 1700만∼1800만원 내외.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당첨=로또’라며 꿋꿋이 대박 청약열기를 이어갔다. 대부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기 전 공급된 막바지 분양물량으로 고분양가 아파트의 전형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경기 용인시 성복동의 현대힐스테이트와 GS자이. 2010∼2011년에 입주해 어느덧 4∼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분양이 넘쳐난다. 성복힐스테이트는 2008년 3차에 걸쳐 2157가구를 분양, 현재 630여가구가 미분양으로 조사됐다. GS자이 역시 동시에 1502가구를 분양해 여전히 400여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아 있다.

원인은 높은 분양가였다. 힐스테이트2차 168㎡(이하 전용면적) 분양가는 9억5100만원으로, 전용 3.3㎡당 1868만원에 달했다. 같은 주택형 154가구 가운데 86%에 이르는 133가구가 여전히 미분양이다.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는 주택시장을 회복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규분양시장의 좋은 분위기를 타고 업체마다 공급물량을 조기에 털어내려고 하지만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좋다고 해서 분양가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경계해야 한다”며 “7년간 조심스럽게 털어낸 미분양 물량이 다시 급증한다면 건설업체들의 존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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