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교훈? 재난현장 몰라도 '고시' 뚫으면 고위직 여전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5.04.15 08:35

[세월호 1주기]갈 길 먼 '재난전문가' 양성…실무경험 많은 해경 요직에 뽑고, 전문가로 키워야

세월호 침몰 직후인 지난해 4월 18일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는 해경들의 모습/사진=뉴스1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재난대응 역량의 한계로 지적된 부분 중 하나가 '전문가'의 부재였다. 대형재난 구조 경험이 없었던 해경은 지난해 4월 16일 오전 8시 58분 출동명령을 받고 오전 9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선내로 진입하지 않아 구조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화면을 타고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돼 충격을 줬다. 재난전문가를 체계적으로 키워야한다는 비판이 빗발쳤고 해경의 해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고 이후 1년이 지났는데도 '재난대응 전문가' 양성의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전문가를 단계별로 양성하는 체계가 없고, 실무경험이 많은 해경 내 전문가들은 행정고시 출신 등에 밀려 주요 요직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안전처 출범 당시 박인용 장관의 발탁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해군 작전통인 박 장관이 재난 분야에 있어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안보'와 '안전'은 다르다며 안전 전문가를 발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조가 장관 인사 뿐 아니라 안전처 조직 전반에 걸쳐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재난현장 경험이 풍부한 해경(해양경비안전본부) 내 직원들이 정작 인사에선 주요 요직을 차지하지 못하고 고시 출신들에게 밀려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방재청 출신의 안전처 중앙소방본부도 마찬가지다.

김광수 목포해양대 교수는 "옛날부터 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 실질적인 중요 직책을 그대로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중요 요직에 많이 뽑아야 현실감 있는 재난 대응책들이 잘 전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겸훈 한남대 교수도 미국 사례와 비교하며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주요 인사를 차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 클린턴 정부에선 지방에서 재난을 담당하던 사람이 전문성이 뛰어나단 이유로 재난청장이 된 적이 있다"며 "과감히 권한을 넘긴 결과 카트리나 등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을 잘했다는 평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재난전문가가 올라갈 자리가 없다. 예를 들어 현장대응 능력은 소방대원들이 가장 뛰어난데 자리싸움에 밀려 고위직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나마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들도 고위직으로 '재난행정'에 참여하지 못하니 컨트롤타워가 현장과의 괴리감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해상재난 대응 전문가를 키우려면 현장 경험이 가장 많은 해경 내부에서 양성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윤종휘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상 재난 분야에선 해경이 가장 전문가이고 민간의 누구도 해경만큼 전문성을 얻기 힘들다"며 "아직은 해경 내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난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선 해경과 소방관 등 현장전문가들이 현장근무와 행정업무를 번갈아가며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교수는 "전문가 교육코스를 이수한 후 현장을 경험하게 하고, 새 이론이 나오면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게 현장 전문가 육성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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