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만큼 성숙" 스무살 된 국가대표 벤처는?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5.04.13 06:00

[강경래가 만난 CEO]창립 20주년 맞은 황철주 대표 "정신 재무장…향후 20년 재도약"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 사진=이동훈 기자

"한창 자랄 땐 한번 아픈 후에 더욱 크게 성장한다. 주성도 그동안 아픔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그만큼 또 성장했다고 본다."

종합장비기업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대표는 13일 창업 20주년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황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세상이 어떤 곳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의 20년을 위해 저를 포함해 주성 임직원들은 정신을 재무장, 새로운 시장을 내다보고 앞선 기술을 확보하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 주성은 황 대표가 20년 전인 1995년 창업했다. 국내 장비업계 1세대 기업인 주성은 1990년대 말 반도체 원자층증착장비(ALD)를 독자기술로 개발, 국내외 유수 업체들에 공급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했다.

반도체에서 성장 기반을 다진 주성은 액정표시장치(LCD)와 태양광 등 다른 장비 분야에도 진입, 외산 장비들을 잇달아 대체하며 승승장구했다. 주성의 시가총액은 2000년대 초반 2조원에 육박했고, 황 대표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코스닥 상장사 대주주 가운데 1위 자리를 이어갔다. 주성은 전자업종이 호황이던 지난 2010년에는 매출액이 423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시련도 적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태양광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태양광장비 수주량이 줄어 실적이 악화됐다. 여기에 LCD시장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설비투자가 감소, 어려움이 가중됐다. 당시 주력이던 태양광과 LCD 장비 양대사업이 동반 침체를 보인 것.

때문에 2012년 주성의 매출은 800억원에 그쳤고, 매출보다 많은 838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당시 인력도 40% 정도 줄이는 등 큰 아픔을 겪어야했다. 황 대표는 2012년을 "창업 이후 가장 힘든 한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회사를 정상화하는데만 매진했다.


황 대표 주도 하에 주성은 전반적인 사업을 재정비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반도체 장비로 주력 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 및 SK하이닉스 등에 장비를 활발히 공급하면서 2013년 이후 영업이익 등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황 대표는 정신을 재무장하기 위해 올해 초 180여 임직원과 함께 태백산 정상에 올랐다. 그가 임직원과 함께 산행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오대산에 오른데 이은 두 번째 일이었다.

황 대표는 산행을 떠올리며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영하 25도의 추위와 새벽의 어둠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맑게 솟아오른 태양이 향후 주성인들의 희망을 성공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 대표는 2010년부터 3년 동안 벤처기업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벤처기업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최근에는 농촌 벤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과 정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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