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에겐 없는 '코리안 드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5.04.12 08:00

[i-로드]<36>청년 일자리 창출은 어른 세대의 책임

편집자주 |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 “그리스에선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진할 수 없어요. 심지어 가족을 꾸린다거나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걸 생각조차 하기 어려워요.”

이미 5년 가까이 진행된 경제공황으로 그리스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실업률이 50%를 넘는다. 그래서 북유럽 국가들과 영국 등지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없이 고향을 떠나 서글픈 ‘이민자’ 신세로 전락한 그리스 청년들이 무려 20만 명에 이른다.

특히 대학을 나온 고학력의 청년들까지도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두뇌유출(brain drain)’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독일로, 금융전공자들은 영국으로, 엔지니어들은 중동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현재로선 이들을 막거나 되돌아오게 할 대책이 없다.

그리스 청년들이 자국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리스 경제가 무너지면서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금의 그리스 청년들을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라고 부른다. 자신들에겐 책임이 없는 경제공황으로 인해 자국 내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고향마저 떠나는 불행한 세대이다.

# “한국에 청년 텅텅 빌 정도로...”

수년째 지속돼 온 경제 저성장으로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실업률이 11%를 넘어섰다. 하지만 잠재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0%를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는 20대 청년 체감실업률이 이보다 2배 가까이 높은 37.5%라 한다. 이쯤 되면 한국 청년들도 그리스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불행한 ‘잃어버린 세대’다.

이에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이 국내에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청년들에게 해외 일자리라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을 독려했다. 특히 중동 순방 직후 ‘제2 중동 붐’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청년 모두” 중동에 가서 일자리를 구해 보라고 말했다. 다만 청년들이 해외 일자리 기회를 잘 모를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청년들의 해외진출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1970년대 오일쇼크로 한국이 경제위기에 빠졌을 때 중동 진출이 경제도약과 실업문제 해소의 원동력이 된 점을 기억하며 지금의 경제 저성장과 청년실업 문제를 ‘제2 중동 진출’로 타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에 “한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일자리가 많을지 의문이다. 또한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의사 등 ‘전문직’ 위주의 해외 인력진출 만으로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될지도 의문이다. 지금껏 수십만 명의 그리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지만 자국의 청년 실업률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세상의 어느 국가가 자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해외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 “해외 우수인재가 모이는 스위스, 그나마 있는 인재도 떠나는 한국”

한국 청년들은 왜 지금 중동으로,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인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리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선 충분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이 점을 안타까워하며 고육지책으로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국내에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걸까? 지난해 초 박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과 달리 스위스엔 왜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지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여러 이유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스위스가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아끼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우수인재들이 스위스에 오면 떠나지 않고 스위스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당연히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기 마련이다.

국내 기업만으로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데 역부족이라면 우리도 스위스처럼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해서 이들로 하여금 벤처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하는 외국기업을 유치해서 양질의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야한다.

단지 성장이 정체된 국내 기업에만 의지해서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고 푸념과 한탄만 쏟아낸다면 이는 청년 실업을 그저 일시적인 경제 현상으로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이요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국정과제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회고하는 70년대에만 해도 소위 ‘코리안 드림’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을 얻으면 가족들을 부양하고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는 이런 꿈과 희망을 갖고 있지 못하다. 마땅한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건 어른 세대의 태만이요 무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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