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연소득이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연금저축에 지난해까지 세액공제 한도인 400만원을 꽉 채워 넣으면 연말정산 때 기존의 52만8000원보다 13만2000원 많은 66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퇴직연금에 300만원을 추가로 불입할 경우 16.5%의 공제율을 적용받아 49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총 115만5000원의 세금을 아끼게 된다. 연소득이 55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가 700만원을 불입할 경우 받게 되는 세금 환급액 92만4000원보다 23만1000원 더 많은 액수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난 부분을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본지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감한 가계수지 흑자액이 대부분 연 700만원을 겨우 넘거나 여기에 미치지 못해 연금저축에 가입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액공제율을 높이더라도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근로자는 많지 않다는 뜻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식료품, 교육, 의료, 교통 등 소비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이 자산 구입이나 저축이 가능한 자금이 된다. 연소득이 5500만원에 가장 근접한 6분위 근로자 가구의 경우 가계수지 흑자가 1277만원으로 그나마 저축할 형편이 되지만 4~5분위로 한 분위만 떨어져도 가계수지 흑자가 각각 734만원, 786만원으로 줄게 된다. 연금저축을 세액공제 한도만큼 꽉 채워 넣게 되면 수중에 남는 돈이 거의 없게 된다. 1~3분위 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 흑자는 각각 78만원, 290만원, 500만원으로 연금저축 한도액 700만원에도 못미친다.
근로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연소득 5500만원을 기준으로 이분법해 세제혜택에 차이를 두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 입사해 초봉으로 5500만원을 받는 독신 근로자는 연금저축에 가입해 16.5%의 세금을 환급받게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 생산직으로 20년을 일해 연소득 7000만원을 받고 자녀 2~3명을 둔 근로자는 연금저축에 가입할 여력이 없을뿐더러 가입하더라도 세금을 13.2%만 돌려받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제 통계를 봐도 연소득이 낮은 구간에서는 연금 가입률이 확연히 낮아진다”며 “근로자마다 나이와 부양가족 수가 다 다른데 세액공제율 확대 기준을 연소득만으로 정해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차라리 연금저축보다 자동차보험, 실비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경우 대부분의 근로자가 연간 100만원 이상 가입해 있기 때문에 이 한도를 더 높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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