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보다 연봉 높던 애널리스트…지금은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5.04.05 07:00

[행동재무학]<87>돌아온 증시활황…애널리스트 수혜 기대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10년 전엔 제 연봉이 프로야구 A급 선수보다 높았는데, 지금은 프로야구 선수는 열배 올랐고 제 연봉은 깍였습니다.”

최근에 만난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한 후배는 요즘 애널리스트의 실상을 묻는 질문에 프로야구 선수와 비교하며 아주 간단히 대답했다. 증권사에서 15년 넘게 애널리스트로 살아남은(?) 이 후배는 지금도 연봉이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줄었다며 이게 현재 애널리스트의 슬픈 모습이라고 전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야말로 선망의 직업이었다.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5~6억 원을 넘기는 게 보통이었고 외국계라도 될라치면 부르는 게 값이었다. 해외에서 MBA를 마친 유학파들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줄을 섰다.

IMF 외환위기 직후엔 외국계 애널리스트가 쓴 리포트를 남보다 먼저 입수하려고 모두다 혈안이 된 적도 있었다. 왜냐하면 외국계 리포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감이 있었고, 여기에 실린 목표주가나 매수(buy)·매도(sell) 의견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외국계 리포트는 소수의 펀드매니저 등에게 뿌려진지 뒤에야 한참 후에 겨우 시중에 알려지게 됐고, 그나마도 먼저 입수한 사람이 선매수 또는 선매도해서 큰 돈을 버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그만큼 애널리스트의 위상은 대단했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주식시장 침체 여파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일치감치 된서리를 맞았고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나이 많고 연봉 높은 순서대로 애널리스트는 떠밀려 나갔다.

애널리스트로 살아남으려면 남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엄청난 연봉 삭감을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 와중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 애널리스트들은 스스로 이직을 결심하기도 했다.

이제는 애널리스트가 단순히 기업 방문과 리포트 작성 등 리서치 작업만 하는 게 아니고 국내외 리테일 영업점 마케팅 지원에도 적극 나가야 한다. 따라서 리테일 영업점이 없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엔 애널리스트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애널리스트의 구조조정을 단지 증시 침체에로만 돌리는 건 정답이 아니다. 우선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종목 리서치를 예전만큼 의존하지 않는 풍조가 커졌다.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읽고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 투자하기 보다는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좇는 인덱스(index) 투자로 투자행태를 바꿈으로써 종목 리서치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게다가 리서치를 많이 하고 주식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시장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함에 따라 주식 리서치 자체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높아졌다. 그러면서 애널리스트의 입지는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그리고 브로커들이 점점 단기 매매차익을 가져다주는 ‘숫자’나 속보를 요구하면서 깊이 있는 분석이 담긴 리포트는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됐다. 당장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는 그저 ‘좋은(?)’ 리포트는 점점 외면당하며 애널리스트의 자기만족에 불과한 작품(?)으로만 여겨지게 됐다. 결국 증권사 입장에선 애널리스트에게 많은 연봉을 주어가며 당장 돈이 안되는 깊이 있는 리포트를 쓰라고 요구하는게 비용측면에서 수지가 안맞았다.

또한 늘 매수(buy) 추천만 하는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붙잡는데 실패했다. 이제 개미들에게 애널리스트가 투자자를 위해 리포트를 쓴다고 말하면 비웃는다. 게다가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선취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고 막대한 차익을 내면서 전체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손상됐다.

하지만 그동안 옷을 벗고 연봉이 깍이며 애물단지 취급받던 애널리스트들이 올들어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조치 이후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재테크는 주식 밖에 없다는 인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 주식시장을 떠났던 개미들과 직장인들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유턴(U-turn)’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미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크게 오르며 ‘지금 코스닥이 난리’ 소리를 들은 지 오래다. (관련기사: "지금 코스닥이 난리야" 얘기에 솔깃한 49세 양띠 투자자)

코스피 지수도 3월 금리인하 후 2000선을 돌파했고, 외국인 자금도 줄기차게 유입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한 번 더 단행할 거란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분위기만 따져보면 정말 오랜만에 증시 활황이 돌아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주식투자자가 돌아오고 거래량이 늘면 당연히 증권주 주가는 뛰게 마련이다. 아니다 다를까 올들어 증권주 상승률은 연초 대비 41%를 넘으며 업종별 지수 상승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증시 활황이 돌아오고 증권주가 오르면 애널리스트에게도 다시 봄날이 올까? 10년 전 수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봉킹’으로 불렸던 시절을 회고하는 후배 애널리스트도 앞으로 연봉이 오르게 되길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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