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 숙박시설 단속과 '학교앞 호텔법'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 2015.04.02 06:38

[the300]설득없이 밀어붙이기, 제2의 어린이집cctv법 될 수 있어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도시연대, 문화연대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 '송현동 호텔건립반대 시민모임' 활동가들이 지난해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학교 주변 호텔건립추진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스1



지난달 26일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이 서울시내 불법 게스트하우스 및 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불법 숙박시설을 단속하는거야 당국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면에는 ‘학교앞 호텔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부의 초조함이 숨어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 핵심 법안으로 논의될 예정인 ‘학교앞호텔법’은 벌써부터 지난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어린이집cctv법’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온다. 충분한 논의와 설득없이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허무하게 부결되는 시나리오 말이다.

학교앞호텔법은 유해시설이 없는 경우 학교위생정화구역 내에도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반대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앞 50m이내 절대정화구역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100실 이상 호텔만 허용하는 등 수정제안을 낸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관광호텔이 부족한가’,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는 답을 딱부러지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입법 초기에는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비해 호텔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호텔 공실률에 대한 데이터를 요구하자, 정부는 대답 대신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로운 논리를 폈다.


말바꾸기 논란이 일자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문체부는 1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불법 숙박시설을 잡으면 호텔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단속의 배경을 털어놓은 셈이다.

지금껏 정부가 구체적으로 내놓은 수치는 학교앞호텔법으로 수혜를 입을 호텔 갯수 뿐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투자 의향이 있는 대기호텔 수는 총 15개, 신규투자는 8개로 추정된다. 투자효과는 7000억원, 일자리창출효과는 1만7000명으로 예측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마저도 부풀려졌다는 입장이다. 제시된 일자리창출효과에서 공사가 이뤄지는 동안만 효력이 있는 한시적 일자리 1만1200명을 제외한 후, 호텔의 정규직 비율(82%)까지 감안하면 최종 취업자는 4294명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사실 미래 관광객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어떤 숙박시설을 선호할지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관광정책의 큰 그림을 펴놓고 국민적 설득에 나서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 미래먹거리와 청년일자리가 ‘관광’에 있고 그 중심에 ‘호텔’이 있다는 점이 납득돼야 법안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호텔이 학교에서 너무 가까워 학생들이 내부행위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 cc tv법이 부결될 당시 의원들이 어린이집 교사와 경영자들의 표를 의식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말이 나왔다. 유권자인 학부모를 설득하지 못하면 국회의원들도 쉽게 찬성하기 어렵다. 여당 내부에서도 학교앞호텔법을 주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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