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 의원님의 뼈는 몇 개?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 2015.04.01 06:47

[the300]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30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 출마 발표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4·29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 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의원은, 2008년 총선 당시 동작 을에 출마할 때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관악에선 "저를 도구로 내놓겠다"고만 말했다.

확실히 정치인의 '다짐'중에 뼈를 묻겠다는 것보다 센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외지 사람이 난데없이 와서 "뼈를 묻겠다"고 약속하는데 지역민들은 당황스러움을 넘어 섬뜩함마저 느낄법하다.

뼈를 묻겠다고 외친 사람이 정 전 의원만은 아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뼈를 묻겠다고 한 사람도 있다. 여러 곳에 나눠 묻어야 하는 의원님들의 뼈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인가.

이참에 여야 정치인들의 '뼈 묻겠다'는 발언을 모아봤다.

"동작을과 연애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중매로 만나도 백년해로하고 가약을 맺듯, 이 곳에서 뼈를 묻겠다." "제2의 정치 인생을 동작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겠다. 동작을 강한 야당의 보루로 만들겠다." (2008년 3월20일, 서울 동작구 선거사무소 개소식)

정 전 의원은 동작에서 낙선한 뒤 2009년 재보선에서 고향인 전주로 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012년 총선에선 새정치연합 후보로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는데, 이런 사실들을 고려하면 국민모임과 관악 을은 '제5의 정치인생'쯤이 되겠다.

가장 최근 "뼈를 묻겠다"고 한 정치인은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무소속 후보로 광주 서구 을에 도전장을 낸 천 전 장관은, 지난해 7·30 재보선을 앞두고 이미 "광주에 뼈를 묻겠다"는 말로 출마 의지를 불태웠다. 천 전 장관의 고향은 전남 신안이다.

"오늘 드디어 수완동 집에 입주했습니다. 광주항쟁 이후 제 마음의 고향인 광주에 완전히 돌아와 둥지를 튼 겁니다. 포근합니다. 이제 자랑스런 광주시민이 됐습니다. 광주에서 시민들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겠습니다. 광주에 뼈를 묻겠습니다." (2014년 7월4일, 천 전 장관 트위터)

뼈를 묻겠다는 정치인의 다짐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당에선 유정복 인천시장이 그랬다. 유 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3선 지역구인 김포에 "뼈와 살을 묻고" 심지어는 "영혼까지 묻겠다"고 독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랬던 그가 인천시장 선거에 나서자 야권은 "육체와 정신을 김포에 두고 온 '유체이탈' 출마자"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포 시민단체들도 섭섭함을 내비쳤지만, 어쨌든 유 시장의 고향은 인천이다. 김포보다는 인천에 뼈가 묻힐 가능성이 높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도 "뼈를 묻겠다"는 약속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을에서 두 번이나 야권 단일후보를 꺾었다. 인상적인 것은 2012년 보궐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대항마로 차출설이 거론되자, 보도자료까지 내가며 뼈 얘기를 강조한 점이다.

"김해를 제2의 고향으로 삼으며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는데 이제 겨우 10개월 지났다. 사즉생(死卽生)의 정신으로 7년 전쟁 동안 한 번도 갑옷을 벗지 않았던 충무공을 본받아 평생 갚아야 할 빚만 진 김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 (2012년 2월14일, 김 의원 보도자료)

'뼈 묻겠다'는 발언이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뼈를 묻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해명도 속출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08년 총선 당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하면서 "(대구에)뼈를 묻겠다, 내가 머시마(사나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낙선 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로 출마해 여권의 비난을 샀다.

"한 '30여 년 만에 다시 맺게 된 대구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겠다', 이렇게 말했지 뭐 '뼈를 묻겠다'든가 '대구에 남겠다'든가 그렇게까지는 말 안했다" (2010년 3월12일, 라디오 인터뷰)

손학규 전 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그가 지난해 재보선에서 수원병(팔달) 후보로 나오자 여당은 "분당에서 뼈를 묻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손 전 의원은 당시 "우리 집사람이 '어디 가서든 절대 뼈를 묻는다, 이런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해서 나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가 하면 '여의도의 불사조'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대선 후보로서, 특이하게도 정당에 뼈를 묻겠다고 말했다. 현재 6선인 이 의원은 13개의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

"중도개혁 본산인 민주당에 뼈를 묻겠다." (2007년 10월25일, 언론사 주최 토론회) "이인제 사전에 배신은 없다. 민주당에 뼈와 혼을 묻겠다."(10월30일, 대전 중앙선대위 출범식)

베스트 클릭

  1. 1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2. 2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3. 3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
  4. 4 "이대로면 수도권도 소멸"…저출산 계속되면 10년 뒤 벌어질 일
  5. 5 김정은 위해 매년 숫처녀 25명 선발… 탈북자 폭로한 '기쁨조' 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