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창업전선으로 중동으로 내몰리는 청년들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 2015.03.31 05:11
머니투데이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우수 애플리케이션(앱)에 시상하는 ‘모바일앱어워드’ 월 수상 기업에는 대학생이 CEO인 스타트업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대학생인 A 스타트업의 CEO는 이 상을 탄 후 나름 학교 안팎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는 학생과 CEO 노릇을 병행하는 데 대한 질문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밤새 앱을 개발하고 마케팅전략을 짜야 하는데, 노는 것은 고사하고 학점을 포기하지 않고선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졸업 후에도 취직 대신 지금 하는 일을 업그레이드해 계속 기업을 운영할 계획인 그는 사실상 학업을 반 포기했다. 내심 전공과목에서만이라도 상대평가 대신 다른 평가기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림없다.

그러고 보면 빌 게이츠도, 스티브 잡스도 모두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고 창업에 전념했다.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거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범 대상으로 성공했다고 거론되는 이들치고 무언가에 미치지 않고 대충해서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기업인뿐 아니라 스포츠, 예술의 영역 모두 그렇다. 이 시대 우울한 젊은이의 대명사가 된 ‘미생’의 주인공조차도 현실에선 밥 먹으면서도 화장실에서도 기보를 보고 죽자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달려왔다 (청년 바둑프로기사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바둑만 두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불과 몇 년 사이 ‘청년 창업’은 신화가 됐고 청년 CEO는 우상이 됐다. 중소기업청 조사에서 지난해 30세 미만 창업건 수는 2000건 가까이 늘었다. 2008년 대비 100% 가까운 증가치다.

이런 지표에 거품이 껴있고 환상이 심어져 있다는 것을 모두 안다. 겉으로는 벤처 경제에 기대감과 성공 가능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상은 아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택한, 사실상 창업 전선에 내몰린 측면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창업하겠다고 말하면 선뜻 권유하지 못한다. 다만, 창업하기에 과거보다 좋은 여건이니 잘 생각해보라고 답한다.” 청년 창업과 관련된 정책을 맡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는 속내는 건조한 답변보다 훨씬 더 큰 우려를 안고 있다.

청년 창업에 대한 우려는 최근 들어 창업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실리콘밸리발 우려’와 함께 더 커지고 있다. 그저 무시만 할 수 없는 이유는 15년 전 벤처 거품 붕괴 경험에서다. 혹여 주어가 ‘청년’으로 바뀐 그 유사한 사태는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놓고 말한다.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고 격려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젊은이들은 없다.” 그런 격려와 희망은 부모의 능력이 뒷받침하거나 이 사회 ‘인맥’ 속으로 들어갈 ‘비빌 언덕’이 있는 이들에게만 해당한다는 걸, 실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거다.

청년 실업률이 11%를 넘어섰다고 한다. 정치권이 대책을 모색한다는데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만약 기업의 고용창출이 당위성을 넘어 이 사회의 재생산 구조를 유지하느냐의 문제라면, 이 심각성에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도 호소하고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하고 신규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막힌 곳을 뚫어줘야 한다. 여기서 벌어지는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설득하는 작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게 정부가 진짜 할 일이다.

‘중동에 가라’는 말에 ‘니가 가라, 중동’이라는 패러디와 비아냥으로 되받는 젊은이들을 나무라지 말자. “우리가 다시 가자. 청년들이 이 땅을 지키라”고 말할 자신도 없으면서, 창업 전선으로, 중동으로 이 땅의 미래를 자꾸 내몰진 말자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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