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강서 지옥철서 강남 지옥철로…'魔의 구간' 바뀌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남형도 기자 | 2015.03.30 10:22

9호선 2단계 개통 후 첫 출근길, 강서구간 수요분산 혼잡도 덜해… 강남구간 혼잡도 가중

/사진제공=뉴스1
"9호선 환승을 가급적 자제하고 다른 호선을 이용해주십시오."

9호선 2단계 개통 후 첫 출근길인 30일 오전 7시 30분.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는 9호선 환승을 자제하고 다른 호선을 이용해달라는 2호선 기관사의 안내멘트가 울렸다. 한 줄에 대여섯명씩 길게 늘어선 종합운동장역은 9호선 종점역인데도 1분 내 자리가 꽉 찼다. 역 곳곳의 안전요원들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7시 39분 한 량당 6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종합운동장역을 출발한다. 노약자석까지 꽉 찼다. 탑승객이 그리 많지 않은 봉은사역과 선정릉역을 거쳐 이윽고 7시 44분 신논현역에 도착하자 여유공간은 완전히 사라졌다. 7시 47분, 고속터미널역. 시민 1명이 한 쪽으로 몸을 붙여보지만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고 꽉 찬 지하철 내 승객들은 서로 몸이 엉기기 시작한다.

7시 53분 동작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차량내 공간이 없어 거의 탑승을 못 한 채 차량을 보내야 했다. 전동차가 흔들릴 때마다 같이 흔들리던 여자 승객 1명이 넘어질뻔하자 뒤에 있던 남자 승객이 무안한 표정을 짓는다. 57분 노량진역. 까치발을 들고 서려니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비좁아서 손을 가운데로 모으고 있던 남자승객이 혹시나 오해를 받을까 손을 위로 치켜올린다. 8시 여의도역, 승객들이 썰물처럼 내렸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여의도 직장인 이성렬 씨(30)는 "여의도까지 여러번 갈아타는게 귀찮아 오늘 종합운동장에서 탑승했는데 지하철 혼잡도가 더 극심해진 것 같다"며 "앞사람과 밀착해 더워서 혼났다. 그래도 빨리 가는게 중요하다. 여의도서 다 내리니 계속 타고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스1
'지옥철'을 방불케한 혼잡함 속에서도 우려했던 사고는 없었다. 붐빌 것을 우려해 출근길을 서두른 시민들 덕분이다. 승객이 분산되면서 가양~여의도 구간은 오히려 평상시보다 혼잡도가 덜했으나 종합운동장~신논현 구간이 새롭게 개통되면서 출근 시간대 반대편 방향의 혼잡도가 가중됐다.

직장인 정인지씨는 "7시 8분 신논현역에서 급행을 탔는데 잠실에서부터 탑승객이 있다보니 평소보다 2~3배 승객이 더 많았다"며 "특히 3호선과 7호선 환승구간인 고속터미널역에서 탑승객이 고질적으로 붐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지희씨는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페이스북에 "오늘도 목숨 내놓고 출근했다. 숨구멍이 없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남부두가 생각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매일 아침이 피난길이라 출근하다 진 다 빠져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다. 여의도까지가 문제가 아니라 신논현까지가 계속 문제"라고 밝혔다.

9호선 '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가양~여의도 구간은 혼잡을 우려한 시민들이 출근길을 평소보다 서두르면서 혼잡도가 오히려 평상시보다 덜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이정혁씨는 "평소처럼 7시에 염창역에서 탑승하면서 걱정했는데 막상 타보니 붐비긴해도 평소보다 오히려 낫더라. 아무래도 너무 붐빌 것을 우려해 출근길을 서두른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말 동안 대대적인 홍보를 펼친 대체 직행버스 이용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씨는 "8663번 여의도행 직행버스 타는 곳도 예상 외로 한산했다. 여의도 도착 후 해당 버스에서 내리는 인파도 그리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의도 직장인 정창욱씨도 "대체 직행버스가 무료라는걸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다. 특히 어디서 어떻게 타는지,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도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6시 지하철 9호선 개화 관제센터를 찾아 주요 환승역 안전요원 배치와 대체 직행버스 준비 상황을 차례로 점검했다. 서울시는 전날 무료 전용버스를 약 100대까지 대폭 증차하고, 특히 출근 전용 급행버스 8663번을 15대에서 19대로 늘렸다.

또 안전사고 우려가 커짐에 따라 당초 30개역 91명이었던 안전관리요원을 46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민안전처 중앙재난안전상황실도 김포공항, 가양, 염창, 당산, 여의도, 고속터미널역에 소방력 70명과 구급차 6대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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