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울음소리, 기억나세요?"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 2015.03.30 06:30

'여우아빠' 정철운 국립공원관리公 여우복원팀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복원 중인 한국 토종 여우의 모습./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동물을 참 좋아하던 13살 소년이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동물에 관한 책과 영상물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웠던 소년은 반달가슴곰, 늑대, 여우 등 과거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야생동물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어른이 되면, 사라진 야생동물들이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겠노라고.

그 후 27년이 흘렀다. 이제 중년이 된 그는 어릴 적 꿈처럼 자취를 감춘 토종 야생동물들을 복원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철운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여우복원팀장(40)의 얘기다.

'여우 아빠'로 불리는 정 팀장은 1974년을 끝으로 우리나라에서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종 여우의 복원을 책임지고 있다. 토종 여우는 1960년대부터 쥐잡기 운동 등의 영향으로 숫자가 크게 줄었다. 2004년 3월 강원 양구 지역에서 수컷 여우 사체가 발견되는 등 소규모 개체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여우를 자연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2020년까지 소백산에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 생존개체 수인 50마리까지 증식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 팀장은 "2012년부터 중국 동북부 등에서 29마리의 여우를 들여와 자연적응 훈련을 거쳐 소백산에 풀어주고 있다"며 "지난해까지 18마리를 방사했고 그 중 5마리가 소백산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철운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여우복원팀장이 소백산 방사에 앞서 자연적응훈련 중인 여우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여우 복원사업을 맡은 후 정 팀장은 한 가지 '직업병'이 생겼다. 업무외 시간에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올 때면 머리칼이 쭈뼛 서고 심장이 몇 배는 빨리 뛰는 느낌을 받는다. '방사한 여우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하는 걱정 때문이다.

정 팀장은 "방사한 18마리 가운데 13마리가 다쳐서 다시 수거되거나 폐사했다"며 "마치 가족을 잃은 것처럼 가슴이 아픈 순간"이라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여우 복원사업에 대해 주민불편 등을 이유로 우려를 나타내지만 한국의 생태계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정 팀장의 자부심은 크다. 그는 "일부 지역주민들이 생활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싫어하지만 멸종위기종 복원은 한반도의 생태계 균형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우의 경우 쥐 등 설치류를 주식으로 해 농가에 오히려 이득을 주고, 생태계 중간 단계에 위치한 동물이기 때문에 넓은 범위에서 먹이사슬 상·하부 복원의 기반을 조성해 준다는 것이 정 팀장의 설명이다.

정 팀장은 "야생동물은 멸종하는 데는 순식간이지만 다시 복원하는 데는 적어도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토종 생물 복원사업에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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