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이제는 직접 고객 앞에 서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5.03.26 17:31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지난주 미국 뉴저지에서 자동차 판매허가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보통 딜러십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회사가 자동차 판매를 전담하지만 테슬라는 직접 판매점을 운영해 고객과 접촉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페이스북은 최근 자체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개인간(P2P) 송금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외부 링크를 통하지 않고 페이스북으로 직접 뉴스를 보여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비스를 이어주는 중간자에서 직접적인 제공자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 IT(정보기술)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기업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제품에 필요한 부속물을 제공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직접 완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바로 판매한다. 중간단계를 다 없애고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자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이 같은 변화가 1981년 PC(개인용컴퓨터) 제조업체 IBM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DOS를 운영체제로 허용한 것만큼 IT업계에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MS는 MS-DOS의 성공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컴퓨터산업의 핵심으로 발돋움시켰다.

애플도 이런 변화의 선두에 선 기업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은 스스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설계, 생산하고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 유명 벤처투자업체 안드레센호로위츠의 파트너 투자자인 크리스 딕슨은 애플을 “‘풀스택(full-stack)’ 스타트업(신생기업)의 전형”이라고 극찬했다. ‘풀스택’은 한 영역(stack)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full)를 아우른다는 의미다.

FT는 ‘풀스택’이 과거 기업의 수직적 통합 구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수직적 통합의 대표격이다. 포드는 자동차 제조뿐만 아니라 한때 고무농장, 석탄광산, 철도까지 소유해 수직적인 제조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석유업체들의 경우 아직도 탐사 및 시추부터 정제, 수송, 판매에 이르는 수직 구조를 갖고 있다.


풀스택 스타트업의 매력은 인터넷을 통해 구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이 복잡할 필요도 없다. 콜택시앱 우버테크놀로지의 경우 단순히 스마트폰 앱으로 사업이 운영된다. 일반 택시업체들처럼 사무실에서 직원이 전화를 받을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다.

FT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일단 우위를 점하면 두 가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유리한 조건 아래 자신의 네트워크로 상품 및 서비스 공급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우버 등이 대표적이다.

‘풀스택 스타트업’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공급자와 계약을 맺거나 아예 회사를 인수해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 온라인 안경판매 회사인 와비파커, 온라인 면도기 회사 해리스 등이 이런 회사다.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올해 혁신기업 1위로 꼽은 와비파커가 창업한 해리스는 독일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고 직접 제품을 생산해 북미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해리스와 같은 스타트업의 가장 큰 특징은 벤처투자업체의 지원을 받고 사업편의를 위해 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하지만 실제로 IT기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FT는 안드레센호로위츠와 같은 투자업체들이 이제 새로운 기술보다는 새로운 사업모델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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