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한열·노수석의 연세대가 어쩌다…

모두다인재 이진호 기자 | 2015.03.27 10:16
과거 사복경찰들이 캠퍼스 안에서 학생을 감시하던 때에 비하면 우리나라 대학의 학내 자유는 많이 신장됐다. 대자보를 붙이든, 교내에서 시위를 하든, 총장실을 찾아가든 학생들의 모든 의사표현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인됐고, 일반 단체도 신고만 하면 대학 공간을 빌려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학들은 그런 모습에서 역행하는 듯 하다. 서강대에서는 모 그룹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반대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교내에 경찰이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성공회대에서는 모 경찰서 정보보안과 경위가 학부 학생회장을 사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성균관대는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세월호 유족 간담회를 두 차례나 불허했고, 중앙대는 총장이 대학 구조개혁 방침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지는 학내 의견표출 행위는 학내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라며 압박을 가했다.

국내 최고 사학이라는 연세대는 최근 이런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 연세대는 가처분을 통해 교내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의 천막에 하루 100만원의 벌금을 매기고 관련 게시물에도 50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모 관계자는 농성에 대해 "속된말로 학교 X먹인다", "학생들이 노동자들에게 세뇌당하고 있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요청을 받아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도 가처분의 대상이 되니 조심하라는 친절함(?)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의미있는 변화는 대학생들의 자유로운 표현으로부터 촉발됐다는 걸 연세대는 잊은 듯하다. '안녕들 하십니까'에 이은 지난 겨울 '최씨 아저씨' 대자보는 학생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은 언제나 문제제기의 창구 역할을 해 왔으며, 학생들은 쉽사리 선동될 만큼 무지하지 않다.


오늘 연세대에서는 법학과 95학번 노수석 열사의 추모제가 열린다고 한다. 대선자금 공개와 국가 교육재정 5% 확보를 요구하다 숨을 거둔 그가 꿈꾼 대학의 모습은 과연 지금의 모습일까.

연세대는 그 동안 우리 사회 많은 지도자급 엘리트들을 양성해 왔다. 한 번만 만나달라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매몰차게 법과 벌금으로 대응하는 학교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엘리트'가 배출되길 기대해야 한다는 건 너무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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