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유니콘'은 옛말, 열배 큰 '데카콘' 출현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 2015.03.25 11:00

초거대 스타트업 속속 출현에 기업가치 거품 우려도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유니콘'(Unicorn) 보다 열배나 큰 '데카콘'(Decacorn)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데카콘은 IPO(기업공개) 전 이미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10B)를 넘어선 초거대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과거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B)에 달하는 테크 스타트업을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이라 부른 것에서 착안했다. 유니(Uni)와 데카(Deca)는 각각 '1'과 '10'을 뜻하는 접두사. 유니콘은 웬만한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기업가치를 가진 수퍼 스타트업들을 수식하는 말로 통용돼 왔다.

데카콘은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에어비앤비(Airbnb), 드랍박스(Dropbox), 핀터레스트(Pinterest), 스냅챗(Snapchat), 우버(Uber) 등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가 넘는 초거대 스타트업들을 유니콘 기업과 구분지어 표현하면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세계 IT 업계에서는 기존 대형 테크 기업 못지 않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스트업들이 대거 탄생했다. 미국 게임·모바일 투자은행 디지 캐피탈(Digi-Capital)이 2014년도 4분기말 기준으로 모바일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를 조사한 결과,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 수가 2배 증가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3년도 말에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기업은 38개에 불과했으나 불과 1년 만에 68개로 늘어났다. 기업가치 총액도 종전의 1300억 달러(약 144조원)에서 2610억 달러(약 296조원)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이들 68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는 우버, 왓츠앱(WatsApp), 플립카트(Flipkart) 등 다수의 데카콘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우버가 400억 달러(약 44조원)로 기업가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218억 달러(약 24조원)의 왓츠앱이, 4위는 110억 달러(약 12조원)의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Flipkart)가 차지했다.


한편 당시 스냅챗의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원)로 평가돼 6위를 기록했으나 최근 후속 투자 유치에 나서며 160억 달러(약 17조원) 까지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어 드랍박스가 100억 달러(약 11조원)로 7위에 올랐고 당시 50억 달러(약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11위에 이름을 올렸던 사진 기반의 SNS 핀터레스트는 최근 진행 중인 후속 투자유치에서 최대 110억 달러(약 12조원) 까지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테크 스타트업 5곳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 라인이 100억 달러(약 11조원)로 5위에 올랐고 지난해 다음과 카카오톡이 합병한 다음카카오도 약 65억 달러(약 7조원)로 9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48위(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 모바일게임 서비스 업체 컴투스가 51위(12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종합 모바일 서비스 업체 옐로모바일이 59위(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스타트업 특성 상, 상장 기업처럼 가시적인 수익 및 성과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데카콘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즉 창업가의 비전과 꿈,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와 같은 다소 추상적인 지표를 근거로 기업가치가 평가되고 여기에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높은 수익을 볼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두려움(FOMO·Fear Of Missing Out)이 더해져 몸값 100억 달러 이상의 데카콘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죽은 유니콘'(Dead unicorn)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버 이사회 멤버이자 벤치마크캐피탈의 제너럴 파트너인 빌 걸리(Bill Gurley)는 지난 12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음악축제 SX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행사 기조 연설에서 "실리콘밸리의 황금시대가 곧 저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카콘 우버와 스냅챗의 투자자이기도 한 걸리는 "실리콘밸리의 낙관주의가 소위 말하는 유니콘 기업들의 죽음을 불러 올 것"이라며 "'완전한 겁 상실'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위험을 무릅쓰고 테크 기업들에 투자하도록 부추겼지만 이들 기업들은 곧 시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우리는 죽은 유니콘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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