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에선 디자이너 몸값이 '상한가'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 2015.03.20 06:05
에어비앤비 공동차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CEO(왼), 조 게비아 CPO. 두 사람은 미국 디자인학교 RISD를 졸업한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다./사진=에어비앤비 홈페이지
미국 실리콘밸리에 디자이너 전성시대가 오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기업가치 수조원의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유명 벤처캐피탈 회사가 디자이너를 주요 파트너로 영입하는 등 디자이너들의 몸값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한 구글, 페이스북 등 대형 IT기업들도 디자인 회사를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가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애플을 부활시키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과거 기술 중심 개발 시대에 부수적 가치로 취급 받았던 디자인이 제품 개발의 첫 단계부터 중요하게 고려됐고,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개발의 전 과정을 공유하고 협업 하는 새로운 개발 문화가 자리 잡았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용(Cost)에서 투자(Investment)로 바뀐 것.

여기에 모바일이 등장하며 디자이너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다. 손 안의 인터넷으로 기술의 대중화가 일어나면서 기술은 더이상 매력적인 구매 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첨단 기술 보다는 사용할 때 기분이 좋고(사용자 조작 환경 UI·UX), 패션 악세서리로 사용해도 될 만큼 예쁜 디자인의 기기에 지갑을 열고 있다.

이같은 디자인 열풍으로 디자이너가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의 수도 늘었다. 2005년 플리커(Flicker), 2006년 유튜브(Youtube), 비메오(Vimeo), 2009년 민트(Mint)에 머물렸던 디자이너 공동 창업 기업은 2010년 이후 크게 늘어나 팹(Fab), 텀블러(Tumblr), 인스타그램(Instagram) 등 27여개의 회사가 설립됐다. 기업가치 200억 달러(약 22조원)의 숙박 공유앱 에어비앤비(Airbnb)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디자인학교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리즈디)를 졸업한 대표적인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다.

디자인 회사 및 인력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은 여러 테크·IT 기업들이 디자인 회사 인수에 나섰다. 2004년 IT 제조업체 '프리스트로닉스'(Flextronics)가 디자인 회사 프로그 디자인(Frog Design)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페이스북이 Sofa(2011), Hotstudio(2013), Teehan+Lax(2015)를 차례로 인수했고 구글도 2014년 Gecko Design을 인수했다.


최근엔 벤처캐피탈 회사들도 디자이너 영입 대열에 합류했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 회사인 클레이너 퍼킨스 코필드 & 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field & Byers·KPCB)가 디자이너 1명을 파트너로 기용했고 구글 벤처스에서는 5명의 디자이너가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야후·구글 출신의 UX 디자이너 아이린 에이우(Irene Au)는 에너지 전문 투자사인 코슬라 벤처스의 디자인 실행 파트너(Design Operating Partner)로 발탁됐다. 이들 디자인 파트너는 투자 대상 테크 스타트업의 UI·UX 등 디자인 능력을 평가해 VC의 투자 결정에 기여하고 투자 기업에겐 디자인 조언 및 지원을 하는 등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KPCB의 디자인 파트너이자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총장인 존 마에다(John Maeda)는 최근 '디자인 인 테크 리포트 2015'(Design in tech report 2015)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 IT·테크 기업이 발전함에 따라 이에 기여하는 디자이너들의 가치 창출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에다 총장은 향후 몇 년 간 디자인 스타트업들에 대한 M&A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이에따라 대형 IT기업들의 오래된 UX가 발전할 것으로 봤다. 또한 VC의 디자인 파트너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디자인 사업과 디자이너 공동창업 스타트업에 VC들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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