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주식투자 꺼리는 진짜 이유…'트라우마'

머니투데이 김재훈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래플린 대학 경영학 조교수 | 2015.03.20 06:15

[미국주식 이야기]<11>밀레니엄세대는 투자지식도 현저히 부족

편집자주 | 미국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슈와 돈 버는 투자전략, 그리고 흥미로운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에서 겪은 경험은 그 사람이 나중에 유사한 사건을 대할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 물놀이를 갔다가 큰 일을 당할 뻔 했던 사람은 그 후에 물을 멀리하기 쉽다. 또는 어떤 음식을 먹고 나서 탈이 난 경우엔 그 이후로 그 음식을 꺼리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좋은 경험을 했던 장소에 대해서는 항상 방문할 때마다 좋은 감정을 가지기 쉽다.

이처럼 경험이 미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은 투자대상의 결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과거 주식시장 활황시기를 경험하며 부를 축적했던 사람은 주식시장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계속해서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기회를 노리기 쉽다.

이와 달리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경험했던 사람은 다시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기 보다는 안전한 대안을 찾아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경험이 투자행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얼마 전 CNN 머니에서는 과거의 경험이 단지 개인투자자뿐만이 아니라 세대 전체에 대해서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온라인 증권사 Capital One ShareBuilder는 밀레니엄세대 (1980년~2000년에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의 93퍼센트가 주식시장을 신뢰하고 있지 않으며 투자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주식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또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도 역사적으로 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밀레니엄세대는 포트폴리오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부분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주식시장 투자를 기피하고 포트폴리오의 상당부분을 현금으로 보유하게 만들었을까? 워런 버핏은 보유를 피해야 하는 자산 중 하나로 현금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단순히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그 자리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증권사 Capital One ShareBuilder의 투자상품 부서장인 가렛 실버와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의 응용연구센터 연구부문 부서장인 수잔 던컨은 밀레니엄세대가 중요한 인격형성 시기에 닷컴버블과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경험했으며 이러한 경험이 주식시장과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제 겨우 15년전의 수준을 회복한 나스닥과 2008년 금융위기에 뒤이은 대침체 (Great Recession) 동안 벌어진 S&P 500의 붕괴와 리만 브라더스와 제너럴 모터스의 파산 등은 밀레니엄세대에겐 트라우마로 남아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주식시장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위기와 더불어 밀레니엄세대들의 낙제점에 가까운 금융이해력 (Financial Literacy) 또한 미국 젊은이들이 주식투자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이 주관하는 금융이해력 시험에서 밀레니엄세대들은 절반도 못 맞춘 반면 엑스세대 (1960년~1980년생)와 베이비붐세대(1943년~1960년생)는 각각 문제의 57퍼센트와 65퍼센트를 맞춘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투자지식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밀레니엄세대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하려는 경향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금융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밀레니엄세대의 87퍼센트는 투자결정을 내릴 때 홀로 하는 반면, 투자지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엑스세대나 베이비붐세대 가운데는 혼자 결정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현저히 낮았다.


이 결과는 금융업계에 대한 밀레니엄세대의 불신이 얼마나 높은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금융위기에 기인한 어려운 구직시장의 상황은 많은 밀레니엄세대를 실직상태로 내몰았었고 또한 학자금 부채로 고통을 받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이들 세대에겐 주식시장에 투자할 만한 여분의 돈이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밀레니엄세대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은퇴자금을 가지게 되기 쉽고 이는 궁극적으로 은퇴를 쉽지 않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은퇴에 대한 근심으로도 연결되는데 ShareBuilder의 연구에 의하면 밀레니엄세대의 40퍼센트는 은퇴의 일정부분을 사회보장연금에 의지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밀레니엄세대의 투자행태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마땅한 조치는 없는 것일까? 가렛 실버는 금융산업이 보다 저렴하면서 투명한 가격정책과 직관적인 플랫폼을 사용하고 복잡한 전문용어 사용을 줄여서 투자에 대한 장벽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던컨은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S&P 500 지수와 같은 벤치마크와 비교하는 기존의 방법대신에 현재의 투자행태를 지속할 경우 편안하게 은퇴할 수 있는 예상나이를 보여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매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고객들은 현재의 투자행태를 지속할 경우 평균 예상 은퇴연령이 104세로 나왔다. 이러한 방식은 충분히 주의를 환기하는 경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일 현재의 보수적인 투자패턴에 안주한다면 어떤 미래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결국 한국의 금리 사정도 단순히 저금만으로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과거 90년대말 외환위기 당시 20퍼센트를 넘나드는 금리나 그 이전의 10퍼센트대의 금리를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위의 경우처럼 외환위기나 그 이후 벌어졌던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에 대한 트라우마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고 회피하기만 하면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진 세대의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은 다음세대에게 대물림 되기 쉽다. 따라서 주식시장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제공=김재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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