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쳐 톡톡]문화 영웅을 키워라

머니투데이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 2015.03.21 05:51
최근에 국내 굴지의 그룹 사내 방송 팀 2군데와 인터뷰를 했다. 내가 낸 신간 때문인 모양이었다. 그 중 한 그룹은 문화전략으로 앞서 가는 그룹이었다. 두 그룹이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문화 마케팅의 현재와 효과, 그리고 향후 가능성을 묻는 인터뷰 내용인데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랬다.

“ 밀레니엄 세대인 소비자에게 이제 문화는 디폴트값이 되어 간다. 기업이 기술만으로 경쟁과 차별화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국 기업은 기술에만 기대서는 따라오는 중국을 견제할 수 없다. 애플 리더십이 마이크로소프/ 제록스가 다른 점은 바로 문화적 핵심역량 차이다.

문화마케팅은 매출 증대와 신뢰 제고, 우수 인재 채용과 그룹 내 창의적 분위기 조성 등 7대 효과가 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소비자 관리만으론 반드시 왜곡이 있으므로 문화 전략의 한 축인 소비자 플랫폼 전략(내 책에서는 ‘사랑방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커뮤니티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이미 국내에도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서 새롭게 주목할 문화 전략으로 꼽고 싶다. 길게 가려면.”

이렇게 주절거리고 나서 그 중 한 그룹엔 “이건 인터뷰 부록인데, 편집할 거면 하시고” 하면서 들려 준 얘기가 있었다. 그건 그룹에 ‘문화 영웅을 키워라.’였다. 미국의 애플,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중국 알리바바, 영국의 버진 그룹을 보라. 다 CEO들이 문화 영웅이다. 만 명을 먹여 살리는 S급 인재론은 기술 중심의 회사에 어울리는 주문이다. 아까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스티브잡스는 인문 베이스 기술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세상을 바꾸는 것에’ 목을 건 영웅주의자였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가 기술회사입니까?‘를 반문하며 해커 웨이를 표방하고,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지구적 차원의 정보 민주주의와 버닝 맨(네바다 주 블랙 록 사막에서 매년 8월 마지막 월요일에 일주일간 열리는 크리에이터 축제. 축제가 끝나면 다 불태워버린다.) 문화를 표방한다.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는 화성(火星) 인류 시대의 꿈 기수로 자리 잡고 있고 기행을 일삼아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버진 CEO 리차드 브랜슨은 스페이스 십 프로젝트, 운동화를 신은 CEO 마윈은 “ 다른 기업과 싸우는 데는 관심 없지만 부패한 대기업을 혼내주는 데는 신이 난다.”고 기염을 토하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알기 위해 인재 채용 시 물구나무서기를 요구한다.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에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는 말은 그의 어록에 들어간다.

홀푸드 마켓의 CEO 존 매키는 실제로 책 <돈 착하게 벌수는 없는가? : 원제 Conscious Capitalism>에서 CEO는 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파타고니아 창업자면서 아웃도어 라이프의 영웅 이본 쉬나드는 “100년 뒤를 보고 결정한다.”는 말을 한다. 이런 얘기를 심각하게 들었는지 PD와 촬영 기자는 무거운 얼굴로 돌아갔다.

한국 경영자들은 경영 스타일은 다르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심지어 누구는 그룹 가치를 말아 먹는다. 그래서 CEO 리스크란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이 영웅들의 스타워즈 시대에 ‘한국은 이제 영웅이 누구인가?’를 묻게 된다. 밀레니엄 세대는 판타지 세대고 글로벌 세대다. 그들은 영웅에 익숙하다. 영혼 없는 이성보다는 이성의 돌판 위에 세운 날카로운 감성을 선호하고 창백한 얼굴의 우상보다는 무대와 거리에서 무릿매 돌 기술을 보여주는 다윗에 열광한다. 열광은 바로 그룹의 미래가치를 의미한다.

그들을 보면서 이제 한 세대가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지나가는 중인 세대는 또 그들대로 가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다음 세대에게는 한계로 작용할 것임도 예감한다. 달라져야 할 때는 달라져야 한다. 이 세대의 키워드는 인간을 향한 기술, 영혼 있는 리더십, 문화적 포옹, 와우-니스(Wow-ness), 지구적 가치 등이다. 붕어빵 한국의 철판을 깨는 문화 영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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