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최저임금 인상 논의,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해야

머니투데이 고수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 2015.03.12 06:00

고수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대한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연합회장)

때 이른 최저임금 논의가 한창이다. 통상 최저임금 심의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올해는 꽃샘추위가 채 물러가기도 전에 연일 최저임금 관련 뉴스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여야도 한 목소리로 최저임금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채 구성되기도 전인데 이미 구체적인 인상률까지 거론되는 분위기이다.

1974년부터 40년이 넘게 인쇄업을 영위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영세한 업종 특성상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중소기업 현실과도 너무 동떨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만률은 11.4%, 근로자 열 명 중 한 명꼴로 이미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요선진국의 최저임금 미만률이 영국은 0.8%, 일본은 2.1%, 미국은 4.3%라고 하니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법으로 보장하는 최소한의 임금인 최저임금이 이렇게 지켜지지 않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이 지급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8.7%인데, 이는 같은 기간 명목임금인상률 3.8%, 국민경제생산성상승률 4.7%, 물가상승률 2.9%를 모두 뛰어넘는 수치이다.

월 120만원이 조금 못 되는 최저임금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지만, 이는 최저임금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본래 단신근로자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법정임금이지, 가족의 생계와 교육비 등을 포괄하는 적정임금이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낮지 않다. 절대수치로 비교했을 때 한국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5개국 중 14위로 중위권에 속한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상대적 수준은 26개국 중 12위로 일본, 미국보다도 높다.


둘째로, 이렇게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할 경제주체의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이 최저임금 미만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강력한 압박을 바탕으로 매년 최저임금이 고율 인상을 거듭해 왔지만, 실제 지급주체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상황은 상대적으로 계속 저하되었다. 경제선진국 중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최저임금 미만률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기업 영업이익률이 사상 최저수준이고,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은 한계 직전의 상태이다. 작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수지가 악화되었다는 소상공인이 무려 73.6%이고, 중소제조업체 중 정상가동업체는 42.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다 하더라도 이를 지급해야 할 중소기업과 자영업주는 이미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무조건적인 임금인상보다는 현실적으로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에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내수진작에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일자리만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와 큰 차이가 없는 영세 자영업주의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교대 근무로 아르바이트를 활용하는 자영업주들이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람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직접 근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연동되는 근로수당, 사회보험료 부담이 함께 늘어나고,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는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도 연쇄적으로 상승해, 자연히 정규직 채용이 축소되는 것이다.

임금이 대폭 오른다는 것은 분명 기쁜 소식이어야 할 텐데,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는 영세사업주들이 희망을 잃게 되지는 않을지, 어느 때보다 혹독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취업장벽을 높이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이래저래 걱정스러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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