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중진공, 급하게 차린 '헝가리' 밥상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5.03.11 16:31

중진공, 대기업용 투자 설명회 자료 재탕...부실한 준비에 중소기업들 '실망'

지난 9일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중소기업 헝가리 진출 환경 세미나'가 열렸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주한 헝가리대사관이 만든 이 세미나에는 새로운 무역 판로를 찾는 50여개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두 시간 여 동안 진행된 세미나는 중소기업들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꿔놓았다. 한 중소기업의 과장은 "궁금한 내용을 제대로 긁어주기는커녕 '뜬 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배포된 안내 자료는 주한헝가리대사관이 지난해 11월 대기업을 대상으로 열었던 '한-헝 경제협력포럼' 자료를 그대로 재탕한 것이었다. 당연히 자료에 담긴 △헝가리 지역별 산업부지 가격 △공장 건물 매매 가격 △100명 이상 신규 고용시 인센티브 등의 정보는 중소기업엔 말 그대로 '쓸 데 없는' 내용이었다.

정작 이날 세미나를 찾은 중소기업들이 궁금해 하는 헝가리 화폐 '포린트'의 달러화 고정(페그)여부, 유로화의 사용가능성, 선박운송과 육상운송 비용과 시간차, 수출 유망 품목 등의 내용들은 빠져있었다. 중진공은 세미나 후 질의응답시간에 쏟아지는 질문들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도 못했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이 세미나에 관여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정책을 세울 때 마다 시장조사, 업종별 전략, 인증제도 지원사업까지 빼곡하게 알찬 '밥상'을 차렸던 중기청과 중진공이 이처럼 졸속으로 헝가리사업을 진행한 이유는 뭘까.


발단은 지난해 11월 이뤄진 한-헝가리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방한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만나 '한-헝가리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고, 경제·통상 협력을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내용 중 하나가 두 나 라간 중소기업 교류 및 진출에 관한 협력이다. 정부는 특히 헝가리와 '기술금융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간 기술공유, 사업화 촉진 등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렇다보니 중기청과 중진공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진공은 주한 헝가리대사관과 지난 2월 첫 회동한 뒤 3주 만에 부랴부랴 ‘헝가리 진출 환경 세미나’를 열었고, '무역박람회 사절단'까지 꾸리고 있다. 중기청은 오는 4월 의료기기업체를 중심으로 헝가리 진출 사절단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기관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낯선 헝가리시장에 뛰어드는 모험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다.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의료기기 종류가 수 백 가지인데 주요 유망 품목은 뭔지, 가격경쟁력이나 유럽 경쟁사는 어떤 게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있다"며 "다녀온 뒤 제대로 된 실적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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