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럭셔리 카'의 향연, 제네바 모터쇼다. 3일(현지시각)에 시작해 15일까지 대장정을 마치면 나흘 뒤 19일부터는 스위스 바젤에서 '2015 바젤월드'가 열린다. 바젤월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시계·보석 박람회다.
앞서 1월에는 제네바 발렉스포에서 고급 시계 박람회인 SIHH(Salon de International Haute Horlogerie) 가 열린다. 바젤은 여느 모터쇼처럼 입장권만 구매하면 일반 관람객도 들어갈 수 있지만 SIHH는 바젤월드에 비해 소규모인 대신 별도 초대된 업계 관계자나 VIP 고객만 관람할 수 있다.
갖은 슈퍼카의 향연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제네바 모터쇼가 다른 모터쇼와 구분되는 한 가지는 전시장 한켠에서 고가의 시계 전시가 함께 이뤄진다는 점이다. 자동차 브랜드 자체로 만든 기념품과는 그 의미나 수준이 다르다. 만약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자동차와 시계 메이커의 관계도 흥미를 느낄 것이다. 만남의 이유가 바로 그 메이커가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차와 시계가 뭉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자동차와 시계는 소비층이 동일하다. 또 정밀한 기술과 장인 정신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다. 마치 고심 끝에 결정한 결혼처럼, 잘만 만나면 서로에게 이만한 행복이 없다.
올해 모터쇼에서 부가티는 '베이론'의 마지막 모델인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비떼쎄 라 피날레'를 공개했다. 최대 시속 431km, 1200마력을 낸다.
부가티는 내년 새 모델을 내놓는다. 2009년 선보인 4도어 모델 콘셉트카 갈리비에가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혹은 전혀 새로운 모델을 준비 중이라는 설도 있다.
부가티는 항상 화려한 외모와 재원을 갖추고 존재 자체로 자동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가티는 현재 폭스바겐 그룹 소속이지만 자기만의 길을 걸어 왔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럭셔리카의 입지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차체는 1920년대 전후 유럽을 중심으로 퍼졌던 아르데코 스타일이다. 강한 선과 색깔, 화려하면서 세심한 표현이 특징이다.
여기에 손을 맞잡은 건 파르미지아니다. 1976년 설립된 시계 메이커로 역사는 짧지만 혁신적인 디자인과 높은 가격으로 유명하다. 두 메이커의 협업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0주년을 기념해 파르미지아니는 3가지 종류의 한정판 시계를 만들었다. 부가티의 역사 중 유명한 370 모델이 영감을 줬다. 일명 '손목에 감겨진 부가티 엔진'이다.
마세라티는 '이탈리안 럭셔리'를 자처한다.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도 이탈리안 남성 패션 브랜드 에르메질도 제냐와 협업한 특별 에디션을 내놨다.
시계 협업은 1884년 설립한 이탈리아 쥬얼리 브랜드 불가리가 차지했다. 불가리는 2012년 마세라티 고유 컬러를 입힌 옥토 콰드리-레트로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선보였다.
이후 더 화제가 된 것은 지난해 내놓은 옥토 마세라티 시계다. 2014년은 마세라티의 창립 100주년, 불가리의 130주년이었고 두 브랜드는 스포츠 시계를 만들어 서로를 축하했다. 옥토 마세라티는 1914개만 제작돼 현재까지 판매 중이다.
벤틀리와 브라이틀링의 만남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각각 날개 달린 B 이니셜의 로고를 갖고 있는 것이 이유였다. 컨티넨탈 GT를 시작으로 벤틀리 내부에는 브라이틀링 시계가 장착되고 브라이틀링은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 콜렉션을 만들고 있다. 메르세데스-AMG는 2004년부터 IWC와 파트너십을 맺고 CLS 55 AMG 부터 대시보드에 IWC 아날로그 시계를 넣고 있다.
람보르기니와 블랑팡은 2009년부터 '람보르기니 블랑팡 슈퍼 트로페오 레이스'를 열고 있다. 동시에 람보르기니의 주요 디자인 요소라 할 수 있는 합성섬유플라스틱(카본파이버)와 알칸트라 가죽 등을 이용한 '엘-에볼루션 스플릿 세컨즈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등을 제작 중이다. 올해 맥라렌과 협업 30주년을 맞이한 태그 호이어와 티쏘 등의 스폰십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준이다.
쇼파드는 지난해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부터 포르쉐 모터스포츠팀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포르쉐의 가장 최신 모델인 919 하이브리드 레이싱카를 노렸다. 전통이 긴 럭셔리 메이커일수록 점차 나이들어 보이는 이미지를 걱정하기 마련이다. 젊음이 필요할 때 레이싱카나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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