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된 중국發 'ICT 공습'…추종을 허하지 말라!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5.03.07 07:09

[MWC2015가 남긴 것]<2>中, 7대 신흥전략산업에 160조 투자…민관 일관된 R&D 투자필요

편집자주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5는 메인 타이틀처럼 ‘혁신의 최전선’(The Edge of Innovation)’에 선 기업들의 신기술, 신제품 향연장이었다. 하지만 혁신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대혁명은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일상의 패턴을 바꾸는 2단계로 올라섰다.

MWC2015 화웨이 부스/사진=한국화웨이


"예전의 중국이 아니었다."

5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5'를 다녀온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중국 ICT(정보통신기술) 제품을 두고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국제무대에 내놔도 손색없어 보였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번 전시회에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하드웨어 제품 개발력과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력이 특히 두드러졌다. 삼성·애플의 '복제품'이라는 오명을 넘어 이제는 차세대 표준기술과 혁신제품개발을 주도해 나가는 중국발 'ICT 소용돌이'가 거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화웨이가 공개한 '화웨이 워치'/사진=화웨이
화웨이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시 부스를 설치하고, 독자 개발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린 925'를 적용한 보급형 스마트폰(모델명: 아너X2)을 내놨다. 또 최신 6축 센서를 탑재해 수면시간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 밴드 '토크밴드 B2'를 처음 시연했다. 스마트 워치 최초로 사파이어 크리스탈 유리 소재를 채택해 고급스러움을 더한 '화웨이 워치'도 내놨다. 중국 업체 샤오미·레노버와 중화권인 대만 HTC도 삼성·애플을 턱밑 추격할 전략 제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첨단 IT분야에서 '중국 러시'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 경쟁력 제고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대응전략이 절실한 실정이다.

◇ 더 좁혀진 韓·中 기술 격차, 왜?

7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2014년 기준, 중국과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는 전자부문에서 3.4년 정도로 추정했다. 반도체·자동차·조선업(3.6년), 자동차 (3.6년), 정밀기기(3.5년) 등에 비해 가장 낮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성장둔화기에 접어들었다는 지표가 확인되고 있어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간한 '한국 정보통신산업의 장기 추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ICT산업은 장기적으로 볼 때 생산·수출·고용에서 성장 둔화 추세가 일관되게 발견되고 있다.

2001년 국내 ICT 산업 성장률은 14.6%, 2005년은 11.7%, 2010년은 8.6%, 2013년은 7.7%로 12년새 절반 가량 성장률이 둔화됐다.

ICT산업 수출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001년 22.5%이던 수출 성장률은 2010년 15.9%로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 2013년에는 11.1% 성장에 그쳤다.

중국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의 IT제품 기술 격차는 최소 3개월로 좁혀진 상태이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과 광대역 분야 기술격차가 더욱 좁아졌다. 예컨대 화웨이는 통신장비분야에서 스웨덴 기업 에릭슨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5세대(G) 통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통신장비 업체들 가운데 5G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점차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역공의 비결은 △지속적인 R&D 투자확대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정책 △해외 첨단기술 흡수 등으로 압축된다.


STEPI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중국의 R&D 투자규모는 1조 위안(약 175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R&D 투자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차세대 정보기술 등 7대 신흥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은 2020년까지 이 분야에 총 9000억 위안(약 158조원) 이상의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측은 "향후 20년 간 차세대 ICT 및 첨단장비, 신소재 등 7대 신흥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해 이들 산업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올해 8%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초 발표한 '한·중·일·독 과학기술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R&D 투자 규모는 654억 달러(약 72조원), 연구원 수 31만6000명으로 1위인 중국(2935억 달러, 140만4000명)과 비교하면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자정보통신, 의료, 바이오 등 7대 주요 중점과학기술의 85개 기술 분야 중 15.3%인 13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R&D 센터를 세운 글로벌 기업/자료=중국 국제무역경제연구원

IBM 중국센터,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연구원, 에릭슨·후지쯔·노키아·인텔 중국연구개발센터 등 지난해 기준 다국적기업이 중국에 설립한 R&D센터 수는 약 3300개에 달한다. 누계 투자금액만 50억 달러를 초과했다. 현재 글로벌 500대 제조기업의 약 70%가 중국에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R&D 분야는 주로 통신과 컴퓨터 SW(소프트웨어), 반도체, 전자디지털제품 등 첨단기술 업종에 집중된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투자기업이 R&D센터를 설치하였는지에 따라 해당 국가의 중국진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R&D 센터는 해외 고급 인력들을 대거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각 기업의 중국 R&D센터는 단순히 현지화를 벗어나 글로벌 혁신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 EMC가 2006년 설립한 EMC 중국 R&D 센터를 2009년 독자법인 형태인 EMC 중국 연구개발 집단으로 바꾼 게 대표적 예다.

이와 함께 중국 개혁·개방 초기부터 펼쳐온 '시장환기술'전략도 적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환기술은 자국시장을 개방해 일부 시장을 내주고,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해 다국적기업의 선진기술과 교환하는 것을 뜻한다.
라이언 딩 화웨이 제품 및 솔루션 대표가 25일 화웨이 런던 MWC 사전 애널리스트 및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화웨이

◇韓 반격카드는

대중국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경쟁 우위 분야에서 핵심전략기술에 집중 투자해야한다"고 역설했다.

STEPI는 중국과의 경쟁을 정부 R&D 투자 방향 및 예산 배분·조정에 반영, 선제적·집중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R&D 예산 전문위원회에 중국 전문가를 추가해 대중국 관련성을 검토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이 상호보완적으로 '윈-윈'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강화하는 정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KT가 이번 MWC 2015 기간에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NTT도코모와 함께 5G 주요 기술 및 시스템을 공동 개발에 나선 것은 관련한 좋은 본보기이다.

한·중 공동연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대형 공동연구센터 추진 △한·중 공동연구기금 조성 △전략적 공동연구 확대 △국제표준화 협력 강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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