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지수상단 막는 수급공방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5.03.04 17:01
코스피지수가 하루만에 2000선을 내줬다. 최근 8거래일간 외국인이 1조2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지만 기관, 특히 증권사에서 쏟아지는 매물규모가 1조원 넘었기 때문이다.

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5% 내린 1998.29로 마감했다. 장 초반만 해도 코스피는 2003.85까지 오르며 2000선 안착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관 순매도가 늘면서 2000을 내준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기관 순매도는 3345억원에 달하며 이 중 77%에 달하는 2578억원이 기관 하위부문인 금융투자(증권사)에서 나왔다. 증권사 매물은 주로 프로그램 비차익매도 형태로 출회됐다. 이날 증권사의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도 규모는 2213억원에 달했다. 증권사는 최근 7거래일간 코스피가 1960선에서 2000선으로 오르는 기간 1조1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 중 9113억원이 비차익매매 형태로 나왔다.

현물·선물 중 고평가된 자산을 팔고 저평가된 자산을 사들이며 양자간 시세차익만큼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방식이 프로그램 차익매매다. 이와 달리 비차익매매는 현물·선물 가격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한 종목 중 5개 이상 종목으로 바스켓을 구성, 이를 한꺼번에 사고파는 매매형태다.

증권사발 기관 순매도 기조는 당분간 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출회된 증권사 매물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주식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환매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온 물량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최근 상승장에서 개인들이 레버리지 ETF를 연일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이 매도한 레버리지 ETF는 고스란히 증권사 계좌에 남는다. 증권사가 LP(유동성공급자)로 ETF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이를 시장에 매도할지, 아니면 선물매도를 통해 해당 ETF를 보유할지 결정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보유를 위해 증권사는 해당시점에 코스피200지수선물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헤지를 수행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선물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 증권사가 레버리지 ETF를 보유할 유인이 사라진다. 현·선물가격 차이를 활용한 매매를 수행해봐야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ETF 매수과정에 소요된 자금의 조달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 주식, 코스피200지수 ETF, 코스피200지수선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증권사가 LP로 받아 안게 된 레버리지 ETF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ETF가 해체되고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 주식들도 대거 비차익매매 형태로 시장에 나온다.

증권사가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물량이 최대 1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2월 하순까지 3개월여 기간 동안 증권사는 2조8000억원 규모의 비차익 순매수를 기록했다"며 "이 물량은 투신으로 넘어가 ETF로 재가공되거나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등 형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문제는 지난해 증권사가 샀다가 보유 중인 비차익매수 물량이 얼마나 더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증권사가 지난해 4분기에 2조8000억원을 샀고 최근 1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점을 감안할 때 증권사는 최대 1조7000억원 가량의 매물을 내놓을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융상품 구성 등 이유로 증권사가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물량도 있기 때문에 1조7000억원 전체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관, 특히 증권사의 잠재매물 규모가 제한적인 데 비해 외국인 자금유입 여력이 더 크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수급공방이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지만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증가에 따른 국내증시 자금유입이 지속되는 한 기관매물 출회를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등 기관의 잠재매물은 한계가 있지만 외국인 매수세는 딱히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뚝 끊어진다면 기관매물에 대해 크게 우려해야겠지만 현재는 코스피를 둘러싼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 ECB(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고 3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앞당길 만한 매파적 성향이 강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당분간 국내증시 유동성을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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