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서 1조 순매도한 증권사, 왜?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5.03.04 14:55
코스피지수가 5개월만에 2000선을 회복했지만 기관의 순매도 물량에 지수상승분도 상당 부분 밀리고 있다.

이 기간 물량을 대거 쏟아낸 주체는 바로 금융투자(증권사)로 최근 7거래일간 1조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냈다. 업계에서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의 환매과정에서 불거진 불가피한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4일 오후 2시2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4% 내린 1998.59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는 이날 장 초반만 해도 2003.85(+0.12%)까지 오르며 2000안착을 시도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기관 순매도규모도 늘어나며 이내 2000을 내줬다.

코스피를 2000아래로 끌어내린 주범은 다름 아닌 증권사다. 현재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917억원, 1734억원을 순매수한 데 반해 기관은 259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을 구성하는 하위부문인 증권사는 이날만 1897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사는 코스피가 1960선에서 2000선까지 1.69% 오른 최근 7거래일간에만 1조20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권사의 매물은 주로 프로그램매매 중 비차익매매를 통해 출회됐다. 현물·선물 중 고평가된 자산을 팔고 저평가된 자산을 사들이며 양자간 시세차익만큼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형태가 프로그램 차익매매다. 이와 달리 비차익매매는 현물·선물 가격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한 종목 중 5개 이상 종목을 일괄해서 매매하는 형태를 이르는 용어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최근 대규모 매물이 레버리지 ETF 등 파생형 ETF의 매매양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1880선에서 2000선까지 올라오는 동안 개인들이 레버리지 ETF를 연일 순매도하고 있다. ETF를 만드는 곳은 자산운용사지만 증권사는 LP(유동성공급자)로서 ETF시장에 참가한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개인이 매도한 레버리지 ETF는 고스란히 증권사 계좌에 남게 된다"며 "증권사는 이를 시장에 매도할지, 아니면 선물매도를 통해 해당 ETF를 보유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 주식, 코스피200지수 ETF, 그리고 코스피200지수선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증권사가 LP로 받아 안게 된 레버리지 ETF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 주식이 시장에 대량으로 출회된다는 게 심 연구원의 설명이다.

심 연구원은 "증권사가 레버리지 ETF를 청산하지 않고 일정기간 보유하기 위해서는 가격변동 위험을 헤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코스피200지수선물이 활용된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선물가격 흐름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증권사가 해당 ETF를 보유할 유인이 적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수년간 지속된 선물시장에 대한 규제로 선물가격이 오를 수 있을만한 투자수요가 완전히 침체됐다"며 "코스피가 상승을 시도하다가 번번히 밀리는 이유도 이같은 수급구조에서 비롯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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