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 2015.03.03 13:30

[우리말 밭다리걸기] 31. '이/히' 구분법

'간번일틈.'
20대 중반, 신문사에 입사해 가장 먼저 배운 문법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간간이 번번이 일일이 틈틈이.' 바로 '이'가 붙는 부사입니다. 다행히 기사에 많이 나오는 부사여서 달랑 이것만 외우고도 웬만한 '이' '히'는 구분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말은 참 신기하게도 헷갈린 것만 또 헷갈리죠? '간번일틈' 외에 '이' '히'가 나오면 그때나 지금이나 입속에서 한번 읊조리다 머리에서 맴돈 뒤 그제야 확신이 드는데요.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지난해 10월 중순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한글날 특집'으로 멤버들이 한글테스트를 실시했는데요. 이중 정형돈에게 나온 문제는 '곰곰이' '곰곰히'. 정형돈의 선택은 '곰곰히'. 하지만 정답은 '곰곰이'였습니다. 이 문제는 외국인의 10%만 맞혔으니 상당수가 틀린다는건데, 사실 외국인만 그럴까요? 직접 써보고 말해봐도 헷갈리는 '이' '히', 어떻게 구분할까요?

1. '-히'가 오는 경우
: 뒤에 '-하다'를 넣어 말이 될 경우
예) 꼼꼼히(꼼꼼하다), 똑똑히(똑똑하다), 각별히(각별하다) 등

2. '-이'가 오는 경우
① '-하다'로 끝나는 형용사 끝소리가 'ㄱ' 혹은 'ㅅ' 받침일 때
예) 깊숙이, 깨끗이, 느긋이, 오롯이 등
② 'ㅂ' 어근을 가진 형용사에서 'ㅂ'이 빠지면서
예) 너그러이(너그럽다), 즐거이(즐겁다), 가벼이(가볍다), 외로이(외롭다) 등
③ 첩어(같은 단어 반복) 또는 준첩어(알록달록처럼 비슷하게 반복) 뒤

예) 번번이, 일일이, 겹겹이, 간간이 등
④ 부사 뒤
예) 곰곰이, 더욱이, 오뚝이(곰곰, 더욱, 오뚝은 부사)

정리하고 보니 가장 쉬운 방법은 '-하다'를 넣어서 말이 되면 '-히'를 붙이고, 말이 되지 않으면 '-이'를 붙이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항상 맞는 원칙은 아닙니다. '솔직하다' '가득하다'는 2의 ①에 해당하므로 '솔직이' '가득이'가 돼야겠죠? 하지만 '솔직히' '가득히'가 맞습니다. 또 '아스라하다'의 경우 1에 해당하므로 '아스라히'여야 하는데 이 역시 '아스라이'가 맞는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말엔 항상 예외가 존재합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원칙은 지키되 예외는 기억하는 게 어떨까요? 원칙을 무너뜨리는 예외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틀린 말은 무엇일까요?
①나날히
②남짓이
③끔찍이
④고즈넉이

정답은 ①번입니다. '나날이'가 맞습니다. 나날이는 2-③의 준첩어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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