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목표는 같아도 '4은4색' 고민은 제각각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15.03.03 05:30

리스크 적은 신한금융 수익구조개선 박차…국민·하나·농협 M&A·통합·CEO 리스크 풀어야

디자이너=김지영

'2조810억원(신한금융그룹)>1조4007억원(KB금융그룹)>9380억원(하나금융그룹)>7685억원(NH농협금융그룹)' 그리고 '우리은행(1조2880억원)과 IBK기업은행(1조320억원)'

지난해 4대 금융그룹과 주요은행의 단순한 순익 비교다. 순익 만으로는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은 우리은행이나 IBK기업은행 등 일부 주요 은행보다 못한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들은 CEO(최고경영자) 교체,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전열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수익 창출에 올인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과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신한, 고객수익률 전직원 평가 반영 등 실적에 총력=4대금융그룹 중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률 제고에 나선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안정적 리더십 승계를 바탕으로 성과창출과 '리딩뱅크' 고수에 나섰다. 특히 '리테일맨' 출신 조용병 신임 행장이 26일 등판할 예정인 신한은행은 고객 수익률을 전 직원 평가에 반영키로하는 등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예·적금은 물론 펀드·신탁 같은 투자상품까지 고객들이 가입한 모든 상품의 종합 수익률을 평가해 영업점과 소속 지원들의 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한다는 것.

고객 이익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는데 전력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은행계좌를 쉽게 이동하는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서막이기도 하다. 은행권의 주요 수익원이 과거 대기업 중심에서 개인·소호(SOHO·개인사업자)로 이동, 개인고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은행권의 실적을 가늠하는 최대지표로 부상한 점도 신한은행이 전략적 행보에 나선 이유다.

◇'리딩뱅크' 탈환 KB, '복합점포 시너지' 대우증권 눈독?='리딩뱅크' 탈환이 목표인 KB금융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과 증권 등의 업무를 융합한 복합점포를 확대하는게 당면 과제다. 하지만 KB투자증권 규모가 KB금융그룹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고민이다.

현재 KB투자증권의 자본금 규모는 5505억원으로 업계 20위권이다. 이에 KB금융은 작년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에 참여했지만, 임종룡 금융위원회 후보자가 CEO로 있던 농협에 물을 먹는 쓰디쓴 경험을 해야 했다.


KB금융 핵심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패배는 두고두고 아픈 경험"이라며 "KB투자증권의 규모가 너무 작아 시너지를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매물로 나올 KDB대우증권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M&A에 나서고 조직 통합을 위해선 상당한 리스크 감내가 요구된다는 점은 변수다.

◇연임 성공 김정태號, 외환銀에 발목잡힌 수익률 =김정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하나금융은 법원 판결로 중단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을 재추진해야할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뒤처지는 수익성도 개선해야 한다.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392조원으로 신한금융과 KB금융의 407조원, 405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순익은 기대 이하다. 여기엔 외환은행 수익성 감소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전년대비 21.2% 증가한 8561억원을 달성한 반면 외환은행은 18% 감소한 3650억원을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 및 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 외환은행은 론스타의 그늘 아래에서 영업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 방만경영 논란에도 휩싸였다. 다른 은행의 한 부행장은 기자와 만나 "영업 본부장 시절 외환은행 고객들을 빼앗아 오는 게 가장 쉬운 일이었다"고 밝혔을 정도였다. 김 회장은 최근 김병호 신임행장 취임식서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는 외환은행 실적이 부산은행에 역전될 것"이라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자산 393조 업계 3위 농협, CEO리스크 '첩첩산중'=금융그룹중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곳은 농협금융이다. 임종룡 전 회장이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돼 사퇴한 것. 임 전 회장은 갈등을 겪던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사이를 조율하며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에 성공하는 등 농협금융을 자산 393조원의 3위 금융그룹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수익을 전년비 162% 개선시키는 등 눈부신 리더십을 보였다. 그러나 역으로 임 전 회장의 부재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됐다.

농협금융은 늦어도 다음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후임 선정에 나선다. 그러나 누가 회장을 맡더라도 임 전 회장과 같은 리더십과 조정능력을 보이기 쉽지않다는 게 중론이다. 임 전 회장의 전임자로 관료출신인 신동규 전 회장이 "제갈공명이 와도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떠난 사실은 농협금융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누가 맡더라도 쉽지않은 자리"라며 "전임 회장이 너무 잘해 '독배' 성격도 가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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