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월세 증가… 세입자 주거비부담 '가중'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 2015.03.03 06:05

[빨라지는 '월세시대']<1>'미친 전셋값' 올려줄 돈은 없고 이사도 못가고…선택은 '반월세'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집주인이 요구하는 전세보증금 대신 보증금 차액이나 추가금액을 월세로 전환하는 등의 ‘비자발적 월세’가 크게 늘었다.

이는 최근 저금리기조에 따라 집주인들의 월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져 발생하는 것으로 그만큼 '월세전환'도 더 가속화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보다 집값 오름세가 더디고 저금리가 지속돼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월세거래(아파트·단독, 다가구·다세대, 연립)는 1만4765가구로 월세거래가 증가세로 돌아선 지난해 12월(1만12268가구)보다 20.35% 증가했다. 월세는 전세와 달리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연 3%대 이자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매입한 후 해당 주택을 월세로 임대 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세입자(임차인)가 희망하는 것보다 집주인의 유도로 인한 비자발적 월세수요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발적 월세수요 증가로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비부담 상승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소비감소로 이어져 정부가 원하는 내수진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세전환 가속화로 주거비부담은 상승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의 슈바베지수(가계소득 중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는 직전 분기(8.68%)보다 1.54%포인트 상승한 10.22%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근로자가구의 슈바베지수는 9.71%, 근로자외 가구는 11.3%로 직전 분기보다 각각 1.39%포인트, 1.89%포인트 올랐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슈바베지수 상승은 전세의 월세전환 가속화로 인한 주거비 증가로 해석할 수 있다"며 "지난해 말 유가가 하락해 연료비가 절감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월세부담이 더 커졌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세전환으로 인한 고정비 지출 증가는 가계소비와 내 집 마련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자발적 월세 선택으로 인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월세전환 가속화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집값 회복까지 더뎌 임대인 입장에선 대출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시장이 살아나 매매거래 증가에 따른 매매가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일부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뚜렷한 매매가 상승 없이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월세전환은 더욱 힘을 받고 그만큼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용어 설명>
'슈바베지수' :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 가운데 월세와 상·하수도료, 연료비, 관리비 등 주거를 위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슈바베지수 상승은 주거비부담이 그만큼 높아지며 이는 가구의 소비 여력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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