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최근 저금리기조에 따라 집주인들의 월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져 발생하는 것으로 그만큼 '월세전환'도 더 가속화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보다 집값 오름세가 더디고 저금리가 지속돼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월세거래(아파트·단독, 다가구·다세대, 연립)는 1만4765가구로 월세거래가 증가세로 돌아선 지난해 12월(1만12268가구)보다 20.35% 증가했다. 월세는 전세와 달리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연 3%대 이자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주택을 매입한 후 해당 주택을 월세로 임대 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세입자(임차인)가 희망하는 것보다 집주인의 유도로 인한 비자발적 월세수요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발적 월세수요 증가로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비부담 상승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소비감소로 이어져 정부가 원하는 내수진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세전환 가속화로 주거비부담은 상승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의 슈바베지수(가계소득 중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는 직전 분기(8.68%)보다 1.54%포인트 상승한 10.22%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근로자가구의 슈바베지수는 9.71%, 근로자외 가구는 11.3%로 직전 분기보다 각각 1.39%포인트, 1.89%포인트 올랐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슈바베지수 상승은 전세의 월세전환 가속화로 인한 주거비 증가로 해석할 수 있다"며 "지난해 말 유가가 하락해 연료비가 절감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월세부담이 더 커졌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세전환으로 인한 고정비 지출 증가는 가계소비와 내 집 마련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자발적 월세 선택으로 인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월세전환 가속화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집값 회복까지 더뎌 임대인 입장에선 대출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시장이 살아나 매매거래 증가에 따른 매매가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일부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뚜렷한 매매가 상승 없이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월세전환은 더욱 힘을 받고 그만큼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용어 설명>
'슈바베지수' :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 가운데 월세와 상·하수도료, 연료비, 관리비 등 주거를 위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슈바베지수 상승은 주거비부담이 그만큼 높아지며 이는 가구의 소비 여력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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