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유행어의 '반복'을 경계하라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15.03.02 05:41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엔 ‘불닭’ 열풍이 불어닥쳤다. 시내 곳곳에 불닭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프렌차이즈 업체도 우후죽순 생겼다. 불닭의 선풍적인 인기는 자영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지금 불닭 음식점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상당수 음식점은 폐업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갈아탔다. 살아남은 음식점은 극소수다. 불닭 열풍은 10년도 안 돼 사라져버렸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생태계가 새로운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잘 만들면 세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성공사례는 이제 지겨울 정도고, 세계적인 스타트업 열풍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기회의 확대가 '핑크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무한경쟁을 의미한다. 지난해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각각 143만개와 121만개에 달한다. 구글에 따르면 이용자가 설치한 앱 중 95%는 한 달 만에 방치된다. 전체 앱 중 20%는 내려받은 뒤 딱 한 번만 사용된다.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아이디어를 앱으로 개발하는 시간은 갈수록 단축되고 있다. 지난달 말 카카오톡이 프로필 디자인을 배경화면 아래 원형 사진을 배치하는 형태로 바꾸자 일주일 만에 관련 앱이 10여 개나 출시됐다. 한 개발자는 "무한경쟁 시대로 들어선 앱 개발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무서운 사례"라고 말했다. 이 개발자는 같은 아이템을 생각했지만 포기했다.

아이디어를 선점하지 못했다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같은 전략으로는 시장지배력을 갖춘 기존 사업자를 뛰어넘을 수 없다. 최근 방한한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경쟁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라"고 조언했다. '유행어'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을 세우라는 것이다.

창업은 아이디어와 시간 싸움이다. '혁신'이란 말로 포장된 유행어를 늘 경계해야 하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시장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이 순대 한접시에 1만원?…두번은 찾지 않을 여행지 '한국' [남기자의 체헐리즘]
  3. 3 11만1600원→44만6500원…미국 소녀도 개미도 '감동의 눈물'
  4. 4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