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금호산업 인수전 철수 해프닝…'롯데 트라우마?'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5.02.27 17:06

인수의향서 제출 이틀만에 전격 철회…인천·의왕 부지 뺏긴 경험탓 과도한 롯데 의식

신세계그룹이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헛힘을 썼다. 라이벌 롯데그룹에 대한 지나친 경쟁의식 탓에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주가와 그룹 평판만 어지럽혔다는 지적이다.

신세계는 27일 금호산업 매각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지 불과 이틀만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유로 롯데를 지목했다. 광주신세계가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부지 소유주가 금호산업의 100%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인데, 롯데그룹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경우 알짜 점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

이 같은 분석을 신세계도 부인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에 광주신세계가 입점해 있어 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LOI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본 입찰 등 금호산업 지분 매각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1995년 문을 연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 여러모로 신세계그룹에 상징적 점포다. 호남지역 최대 백화점인데다 그룹 후계자인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 52.08%로 1대주주다. 모친 이명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고 증여세를 내기 위해 자금마련이 필요한 정 부회장 입장에서 광주신세계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만일 롯데가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한다면 이런 광주점을 통째로 내줘야 한다.

게다가 신세계는 최근 수년간 인천점과 의왕 복합쇼핑몰 부지를 롯데에 빼앗긴 아픈 기억이 있다. 인천점은 신세계백화점 전체 점포 중 매출 4위의 알짜부지지만 인천점이 위치한 인천터미널 부지를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사들여 2017년이면 밀려날 상황이다. 정 부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교외형 쇼핑몰을 지으려던 의왕 부지도 신세계가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 곳인데 의왕시와 가격 줄다리기를 하다 뒤늦게 뛰어든 롯데그룹에 빼앗겼다.


금호터미널 부지도 이미 2013년 롯데그룹과 한 바탕 신경전을 펼쳤다. 당시 구조조정을 추진하던 금호산업이 매각을 검토하자 롯데그룹이 매입의사를 밝혔다. 놀란 신세계는 금호 측과 협상을 통해 보증금 50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고 20년간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광주신세계가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례 없이 회사채, 기업어음(CP·Commercial Paper)을 발행할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신세계그룹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모든 이목을 롯데에 집중했다. 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롯데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에 따라 LOI 접수 마감 직전에 서류를 제출했다.

신세계는 사모펀드(PEF) 출자 형식으로 롯데가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격"이라며 "롯데가 실제로 LOI를 제출했다면 사활을 걸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신세계는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두고 입장을 수차례 번복해 체면만 구겼다.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오락가락 행보 탓에 주가가 출렁여 투자자들의 혼선만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로 전날 6.18%(1만9000원) 급등했던 광주신세계 주가는 이날 LOI 철회 소식에 4.14%(1만3500원) 하락한 31만25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금호산업은 13.37%(4050원) 급락한 2만6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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