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대상-효성'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 후보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5.02.27 06:12

인맥·혼맥으로 얽혀 과거 대한통운 인수전서 대동단결…롯데와 시너지 가장 많아

금호산업 인수전이 신세계그룹의 참여로 달아오르면서 이 거래의 우선매수권을 쥔 박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금 조달방안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인맥과 혼맥, 과거 전략적 연대로 얽힌 롯데와 대상, 효성그룹이 박삼구 회장을 지원해 자금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최근 NH투자증권을 재무 주관사로 내정하고 인수전 상황에 따른 자금력 보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 회장은 내부적으로 "의연하게 대처하자"고 임직원들을 다독였지만 대기업 중에서 신세계가 의향서를 제출하자 적잖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의 규모가 당초 1조원 안팎에서 최대 2조원 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자금 부담을 염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금호산업 주가는 전일 신세계의 참여가 공식화되자 이날 주식시장에서 개장초부터 상한가로 직행해 주당 3만300원까지 솟구쳤다. 지난해 말 1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를 감안하면 두 달 만에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박삼구 회장은 내부적으로 거래가 1조원대 중반에서 마무리된다면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인 금호산업의 시가총액은 주당 3만300원을 기준으로 1조307억원이다. 매각 지분 57%의 시가는 5875억원 수준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로 감안해도 1조2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현 수준에서는 20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야 1조7000억원대 가격을 상정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적절한 명분과 자금력을 갖추면 그룹을 수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다시 팔아 사세가 기울었지만 전국구로 진출한 유일한 호남 출신 10대 그룹이었다는 정치적 명분을 직·간접적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고(故) 박인천 창업주로부터 4대 회장에 이르는 동안 금호아시아나가 국가와 시장에 쌓아온 공헌이 무형의 자산이다.

이런 배경에서 순수한 재무적 투자자들보다는 대기업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사모투자펀드(PEF)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들은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승인이 필요한데 이를 재무적 투자자들에 내주는 것이 만만찮아서다. 대기업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정치적 부담에 불구하고 인수 선언을 공식화한 신세계나 호반건설 등을 막아내는 것이 박 회장 입장에선 급선무다.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로는 대기업 계열 중에서 롯데와 대상, 효성그룹이 후보군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인맥과 혼맥으로 얽혀있어 박 회장의 어려운 상황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회장이 가진 인연으로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에 이들 3개 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거래에 끌어들인 전례가 있다. 당시 롯데와 대상, 효성, 코오롱, 고려강선 등은 약 2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해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롯데의 경우 이런 배경에서 박삼구 회장과 공동 인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평가된다. 롯데가 박 회장을 지원해 모종의 타협이 이뤄질 경우 예상 가능한 전략적 조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우선 비상장사인 롯데건설이 금호산업과 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동시에 우회상장 효과를 낼 수 있다. 롯데건설은 그동안 주택사업자 수준에 머무르다 최근 제2롯데월드 건설에서 한계점을 드러낸 터라 토목 및 인프라 건설 노하우가 탁월한 금호산업을 탐낼 수 있다. 롯데 계열인 호남석유화학 등은 금호타이어와 수직계열 시너지가 기대된다. 호남석화는 최근 유가하락으로 부침을 겪고는 중이라 타이어 회사 같은 화학제품 수요처가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은 롯데로선 도약의 기회다. 최근 인수를 확정한 KT렌탈과 함께 육지와 하늘을 아우르는 수송사업을 만들 기반이다. 소비자 대면사업을 주로 하는 롯데 입장에서 국적항공사를 보유하는 건 브랜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찬스다. 여기에 화룡정점으로 금호터미널이 가진 전국 요지의 유통 상권도 유통업자가 탐낼만한 자산이다. 광주 고속터미널의 경우 신세계가 관련 부지와 건물을 장기 임대해 백화점으로 쓰고 있는데 이 상권에서 롯데가 라이벌을 내몰고 전략적 요지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나 대상이 대한통운 수성에 실패해 손해를 안긴 금호아시아나를 더 이상 돕지 않을 거란 반대 전망도 있다. 오히려 이들이 현재 인수전에 나선 재무적 투자자들과 연대해 박 회장에 맞설 가능성도 적잖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재계의 신의를 등지고 정치적 부담을 안으면서 대립구도를 보일지가 미지수다.

거래 관계자는 "신세계가 부담을 안고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롯데가 박삼구 회장을 도울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며 "롯데가 이 거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신세계도 발을 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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