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지금도 어두워지는 집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 2015.03.01 06:21

<56> ‘그리고 창은 망설이지 않고 어두워졌다’ 박지웅(시인)

지난여름 네이멍구에 여행 갔을 때 보았다. ‘독사에게 물린 집’을, ‘벼락에 물린 집’을 보았다.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된 곳도 있었다. 산이 높고 계곡이 깊어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여름 한철 관광객들이 몰려왔을 법하였다. 관광지 이름을 알리는 푯말은 변함없었으나 계곡에 물 흐른 흔적은 이미 오래 전인 듯하였다. 집들은 허물어지고 지붕엔 잡초가 무성하고 제멋대로 자라다 말라비틀어진 넝쿨들은 귀신의 머리카락처럼 담장을 옭아매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7,80년대를 보는 듯하였다. 모두 고향을 버리고 도시빈민으로 전락해갔던 시절, ‘독사’와 ‘벼락’은 다름 아닌 개발의 붐이었으며 자본이었던 것이다.

개인의 기억이든 시대의 기억이든 “주인은 미처 이름도 챙기지 못하고 떠”나온 집들이 한두 채가 아니었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아니 지금도 어디선가 “창은 망설이지 않고 어두워”지는 집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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