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딥러닝⑧-5] 개인비서 시대 연 ‘시리’ 제2 도약 할까

머니투데이 테크엠 편집부  | 2015.03.26 06:06

글로벌 기업 전략·애플

애플은 지난해 4분기에 19조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한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SW)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기업이다. 아이폰7의 콘셉트 디자인을 공개하는 동시에 ‘시리(Siri)’의 인공지능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은 2011년 10월, 아이폰4S와 함께 인공지능 개인비서 프로그램 시리를 발표했다. 시리는 사용자가 말을 하면 이를 애플 서버로 보낸 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동작을 결정한다. 업계 최초로 시도된 ‘음성비서’로 인공지능이 뒷받침 된 서비스였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애플 공동 창립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출시 당시 시리를 ‘컴퓨터의 미래’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던 반면, 그저 음성인식 기술을 화려하게 꾸몄다는 부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당시에는 아이폰5를 기다렸던 이들이 많았고, 4S 기종 자체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시리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리의 성능이 드러나면서 사용자의 반응도 차츰 달라졌다. 기존 음성인식 기술은 단어나 짧은 문장만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시리는 긴 문장도 맥락을 파악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리는 단순 애플리케이션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2003년부터 5년 간 SRI인터내셔널이 주도하고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억 달러를 투자한 인공지능 연구 프로젝트 ‘CALO’에서 이어져온 기술이다. 자연어 처리(컴퓨터와 인간이 대화하며 동작을 수행하는 것)로 구동되며, 사실상 인공지능 영역에서 애플이 수행하고 있는 유일한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다.

그저 타자를 치지 않고도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쯤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시리는 의외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실린 ‘시리에게 사랑을 담아서(To Siri, with love)’라는 기사에서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시리와의 대화에 푹 빠져 마음을 치유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또 2011년에는 부부싸움을 중재하며 진땀을 빼는 시리의 모습이 담긴 패러디 영상이 미국 유머사이트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은 애플의 인공지능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

시리는 애플의 대표 인공지능 서비스로, 다양한 사업에 적용되고 있다. 애플은 시리를 ‘카플레이’에 연동시켜 자동차 핸즈프리 서비스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 페라리, BMW 등 자동차 회사와 손을 잡고 일부 모델에 적용한 상태다. 지난해 CES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쏘나타와 그랜저에 시리 기반의 카플레이를 적용해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의 카플레이(carplay)
자동차·스마트홈으로 영역 확대
이밖에 애플은 지난해 8월, 맥(Mac)용 시리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데스크톱PC에도 시리를 도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가정에서 시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애플이 지난해 발표한 ‘홈키트’가 있다. 홈키트는 애플TV를 중심으로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시스템으로 이 기능의 중심에는 시리가 있다. 시리를 통해 집안 사물들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애플과 IBM의 조합이다. 지난해 7월 IBM은 애플과의 제휴를 발표했다. IBM이 자사의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전용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기타 SW 업체에 비해 데이터가 부족했던 애플에게는 기회였다. 특히 당시 많은 매체들이 기대했던 것은 IBM의 인공지능기술 왓슨과 시리의 결합이다. 전문적 데이터만 처리하던 왓슨과 사용자에게 가까운 시리가 만나 방대한 범위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진행된다면 시리의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제는 시리가 애플의 대표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해 11월 시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음성인식 서비스 ‘코타나’의 광고 영상에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등장했다. 마치 사람이 말하듯 매끄러운 코타나의 질문에 시리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난 더 커졌어(I got bigger)’라는 대답만 반복한다. 몸집이 커지기만 했을 뿐, 기능적인 면에서 발전이 없다고 비꼬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미국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는 시리를 코타나보다 한 단계 낮은 인공지능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코타나는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뉘앙스까지 학습하지만, 시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이 시리 성능 개선을 위해 2013년 영국 SW업체 노바우리스를 인수하기도 했지만, 노바우리스는 음성인식 기술업체다. 단순히 음성의 인식기능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딥러닝 기술을 탑재한 경쟁사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애플 역시 현재 딥러닝 전문가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그동안 제프리 힌튼이 구글을, 얀 레쿤이 페이스북을, 앤드류 응이 바이두를 택하며 딥러닝 계의 3인방이 전부 기업에 둥지를 틀었지만 유독 애플만 소식이 없었다. 과연 애플이 어떤 방법으로 딥러닝의 빈자리를 채울지 주목된다.
임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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