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식 사라진 언론, '괴물'이 되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5.02.25 05:49

[히스무비] '나이트 크롤러'…'팩트'보다 '임팩트'에 충실한 언론의 비뚤어진 보도 조명

보도에 윤리가 사라진 시대다. 무엇을 가리고 어떤 걸 드러내야하는지 의식 없이 쏟아내는 보도로 ‘기레기’라 불리는 새로운 별종 용어가 탄생했다. 특종을 위해 최소한의 윤리도 지켜지지 않은 보도가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아니면 제한되어야하는가?

영화 ‘나이트 크롤러’는 이 지점에서 언론인의 윤리의식을 되묻는다. 선정적인 보도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더 ‘세고 강한’ 것을 원하는 언론은 자신의 ‘죄의식’을 타인의 알권리에 기대어 보상받으려한다. 법의 제재만 피하면 모든 윤리의식은 껍데기로 남을 뿐이다.

맨홀 뚜껑 등을 훔쳐 팔던 루이스 블룸(제이크 질렌할 분)은 어느 날 밤 교통사고 현장에서 방송사가 도착하기 전 사고 현장을 미리 카메라에 담아 고가에 팔아넘기는 프리랜서 영상 촬영기자인 ‘나이트 크롤러’(Nightcrawler)를 보고 마음이 끌린다.

본능에 이끌린 듯 루이스는 카메라와 무전기를 구입한 뒤 첫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지역 방송국 보도국장 니나(르네 루소 분)와 거래를 트기 시작한다. 니나의 칭찬에 고무된 루이스는 점점 더 선정적인 사건 현장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사건을 조작하는 지경에 이른다.

특종은 곧 직위다. 보도국장은 니나지만, 이를 지휘하는 쪽은 특종 영상을 지닌 루이스다. 루이스는 특종을 많이 낚을수록 방송국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신과 섹스파트너가 되 달라며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루이스를 향해 니나도 강한 부정에서 약한 긍정으로 점점 태도를 바꿔나간다.

특종은 또 괴물을 만드는 힘의 뿌리다. 바쁜 일감에 직원이 필요한 루이스가 인턴 릭(리즈 아메드 분)을 고용하며 저지른 노동 착취나 특종으로 올라가는 시청률에 고무돼 살해 현장조차 거리낌 없이 내보내는 니나의 윤리의식은 괴물을 생성해내는 특종의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낸다.


좀도둑으로 시작했지만, 취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약간의 소명감까지 갖고 있던 루이스가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지막 윤리를 저버렸을 때, 언론은 권력의 비판 세력이 아닌 권력의 달콤함을 잊지 못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늘 ‘팩트’(fact)을 우선시하던 기자들이 왜 ‘임팩트’(impact)에 압도당했는가.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는 대중의 취향 때문에? 아니면 언론사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으로?

언론은 무엇을 얻기 위해 취재하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다시한번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고요하면서 풍랑이 일 것 같고 소박한 웃음 속에서도 날카로운 비수가 꽂혀있는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2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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